얼마 전(2월 9일), 메일을 열어 보았더니
페이스북으로부터 ‘(친구)XX가 2월 7일 생일이었습니다’란 알림메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자기 집으로 오라 그랬구나.
미안해서 ‘오늘 당구 깨져 줘?’라고 문자를 띄웠더니 조-옿답니다.
제가 당구의 기복이 심합니다.
잘 맞을 때는 혀를 내두를 정도지만 요즘은 눈 때문에 수렁 속에서 헤어나질 못합니다.
접대차원에 져주려고 부르긴 했지만 이 친구 해도 너무합니다.
접대용으로 혹은 실력이 없어 앞에 얌전하게 상납한 당구알을
‘사정없이, 미안해하지도 않고, 얌체같이, 눈치도 안보고’ 연속으로 쳐제낍니다.
알을 잘주는 걸 보면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비신자인 내가 더 잘 실천하는 것 같습니다.
연속으로 2판 내리닫이 만방으로 깨지니 짜증 범벅이 되어
애꿎은 배만 무지 고파옵니다. 사람 덜 된 거지요.
계속 깨져 상한 속을 김치찌개로 얼큰하게 달래주고 다시 치면 이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소인배처럼...
김치찌개하면 은주정이지만, 조미료 맛이 가미 되더라도 좀 더 자극적이면 좋겠습니다.
그런 맛은 남대문으로 가야하는데 거긴 멀고
당구장이 있는 청량리 뒷골목을 뒤져보기로 했지요.
뒷골목으로 갔더니 <양은냄비솥밥>집 두집이 사이좋게 붙어 있습니다.
양은냄비솥밥이 뭔지 궁금해 들어갑니다. 청국장과 된장찌개가 주종인 것 같은데
옆테이블을 보니 김치찌개도 맛있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김치찌개를 시킵니다. 뭘 시키든 고등어구이는 하나씩 갖다주는 모양입니다.
"김치 시켜도 고등어구이 줄 거지?"
옆자리 앉았던 아줌마가 여기는 청국장이 전문이라며 맛보라고 좀 떠줍니다.
이 아주머니 오래 전 청국장을 만들어 팔았는데 지금 그렇게 만들어 팔면 이 가격대에
청국장찌개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군요.
프로답게 청국장 끓일 때는 김치도 약간 넣어야 맛이 있다고 조언해 줍니다.
'어떤 곳에선 신 깍두기도 잘게 썰어 넣던데...'
양은솥밥을 가져다 확인시키며 퍼주고 나머지는 다시 가져가 누룽지를 만들어다 준답니다.
드디어 김치찌개가 나왔습니다. 일단 비주얼은 좋습니다.
통김치가 들어간 것도 마음에 들고요.
" 야, 찢어 먹게 몇개는 자르지 말어--"
테이블에서 가위 사용하는 거 세계특허 내면 안될까요?
흰밥을 발갛게 물들이는 찌개국물.
그런데 이거 편의성을 위한 것인지 미리 삶아놓은 돼지고기로 찌개를 만든
모양입니다. 이건 좀 곤란하네요.
어찌됐건 누룽지는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고
손님이 많아 고등어는 거의 다 먹을 때 나왔습니다.
허겁지겁 먹느라 해체가 다 된 후 찍었지만 사진만으로도 물이 좋은 것 같지요?
김치찌개로 헛다리를 짚어 청국장을 먹으러 다시 한번 갑니다.
양은 솥밥의 원조라는 골목 속의 <광주식당>이 그 바로 앞 골목에 있습니다.
새벽장사하는 사람들 배달하느라 세발자전거에 쟁반을 싣고 있습니다.
설 전날 이른 아침인데도 손님이 꽤 있습니다.
1인상이라 그런지 양은 솥은 보이질 않지만 누룽지, 데친 배춧잎 무침, 무채가 깔끔합니다.
여긴 구이대신 고등어 조림을 주는군요.
숟가락으로 뜨니 청국장 콩이 수북히 올라옵니다.
청국장만으로 끓인 찌개지만 고수의 힘이 느껴집니다.
그 앞 <골목집> 청국장은 고추가루를 집어넣어 좀 얼큰하고 고등어는 전형적인 간고등어,
방금 담근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겉절이처럼 상큼 합니다.
비벼놓은 모양은 제일 먹음직스럽습니다.
양은솥 청국장 배달 자전거.
(광주식당 02-969-4403. 윤가네 청국장 02-967-9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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