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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의 안목-명동칼국수

fotomani 2015. 4. 29. 11:24



내가 다니는 제일메가스포라는 헬스클럽은 이화동 현대그룹 옆에 있습니다.

벌써 6년 째 다녔고 그 정도 되니 클럽에선 고참 축에 드는 셈이지요.

그럼 왕(王)자가 있겠다고요?  그런 건 묻지 마세요.

꼭 알고 싶으시다면 두께 1 cm 정도 되는 무스탕 아래에 왕자가 숨어 있어 

낑낑 용을 쓰면 희미하게 윤곽만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샤워할 때 옆사람 눈길을 느낄 정도는 됩니다. 그거 보는 게 아니라고요?

다 알면서 남세스럽게 그런 건 왜 꼬치꼬치 물어---?



저와 비슷한 시기에 다니기 시작해 아직까지 같이 다니는 회원이 한 분 있습니다.

이 양반 이사를 갔는데 다음 날 문을 열고 나오니 술고래로 소문난,

전에 같이 다니던 회원이 바로 앞집에 살고 있었다나요?



술꾼이 술꾼을 예상치 않은 장소에서 만나서 나타나는 반응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동병상련이라고 서로 죽고 좋아서 못살 지경이 되거나, 나의 술 취한 꼴을 보는 것 같아

기피인물이 되거나...

원래 술꾼은 남을 귀찮게 하는덴 귀신 같은 재주를 갖고 있어도 내가 시달리는 건

대부분 싫어합니다. 아주 이기적인 동물이지요.



바로 앞집에서 '아이 깜딱아'로 만나 세상이 즐거워졌는지 암울해졌는지

두 사람의 속마음을 내가 헤아릴 길 없으나 그 후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술 한잔하자는 메세지가 점점 강력한 신호 세기로 자꾸 들어옵니다.

둘이서만 진흙탕 속에서 재밌게 놀자니 섭섭해서일까요? 물귀신 작전일까요?



봄철도 됐으니 얼굴이나 한번 볼까요?  

술꾼들에게서 '노올자'는 신호가 오니 겁이 덜컥 납니다. 

요즘 눈이 짝짝이라(한쪽은 원시 한쪽은 근시) 오른쪽 눈으로 들어오는 영상 정보와 

왼쪽 것이 서로 달라 머리 속에서 그 정보들을 처리하느라 씨퓨(CPU, 머리)가 항상  

과열상태로 어질어질한데 과음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술을 들면 발을 헛디뎌 넘어질 것 같아 조심스러워서요.

멀쩡한 것처럼 보이는 놈이 쓰러지는 것처럼 곁에 서있는 여자분께 몸을 의지하려했단 

큰일 나겠습죠. 그것도 영계도 아닌 단물 다 빠진 노계가...



그래서 모임 장소가 이화동 네거리 근처 <명동 칼국수>라는 곳으로 정해졌습니다.

삼겹살과 입가심으로 칼국수를 먹자나요? 칼국수집에서 삼겹살을? 



창유리에 밑줄 친 명조체로 메뉴를 적어놓은 작은 식당은 중년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뭐가 그리 매력이 있어 이집으로 장소를 정했을까요?

음식 맛이 좋은 걸까요? 주인장 서비스가 맘에 들어설까요?



밑반찬이야 다른 곳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마늘이 통으로 나오는 게 맘에 들 정도.

그러나 삼겹살 접시가 나오는데 얼핏 보기에도 질이 좋습니다.

냉동고기는 해동과정에서 육즙이 빠져 나오고 퍽퍽해지기 쉬워서

 생고기를 찾게 되는데 돼지고기도 이쁜 암퇘지 고기가 따로 있는지 

다 같아 보이는 생고기라도 유별나게 맛이 좋은 생고기가 있으니 그거 희한한 일입니다.



오호---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탱탱한 육질과 육즙이 많진 않으나  

기름기 쫘르르한 삼겹살 한 조각이 건들이면 청포묵처럼 탱글탱글,

고개를 까딱까닥 흔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맛있어도 지방은 지방이지요.  이제 그만 먹고 만두전골을 시킵니다.

김치로 맛을 내고 칼국수가 들어간 전골의 만두, 삼겹살을 따라가진 못하지만

적당한 만두피와 담백한 만두소가 곡기를 채우는데 그만입니다.



마지막으로 콩국수가 진국이라며 여기 콩국수는 한번 먹어줘야 한답니다.

이건 제가 뭐라 말하지 않을테니 비주얼로 여러 분이 한번 짐작해보십시오.

주인장의 고기 고르는 안목을 어디에 비유해 칭찬해주고 싶으나 

자칫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들 때문에 생략할 수밖에 없음이 아쉽습니다.

<이화동 명동칼국수 02-743-9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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