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의 약속-걷기

나를 잘 아는 사람이 그럽니다. 내가 아는 닥다리, 이덕은의 트레이드 마크는 걷기였는데

이젠 걷기는 사라지고 먹기만 남은 것 같다고요. 집안에 일도 있고 

지방까지 내려가 걷고 오는게 요란 떠는 것 같기도 하고, 동해안을 지나 남해안 쪽은 

해안선이 복잡하여 코스잡기가 애매하고 서해안을 좀 걷다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습니다.

내탓이지요. 그분의 말씀은 어디가 아니라 행위에 방점이 찍힌 것이겠습니다.

가슴이 뜨끔하기도 하고 정말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반성도 해봅니다. 그게 바로 어제

(2일)일이었습니다. 또 미루다가는 그대로 주저 앉을 것 같아 다음 날 4시에 집을 나섭니다.

왜 그렇게 꼭두 새벽에 호들갑을 떠냐고요? 제가 지방에 내려가면 찜질방에서 자고 

나오는 시간이 바로 그 시간이거든요.

코스 잡기가 어정쩡해서 무작정 집에서 가까운 우이천 쪽으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석계역으로부터 휘경동 제2펌프장까지 좁은 숲길로 올라갑니다.

이곳은 시내에서 보기 드물게 오붓하면서도 요즘 유행하는 힐링 산책로입니다.

습기를 머금은 낙엽 냄새가 싱그럽습니다.

5시쯤 되니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보입니다. 연식을 불문하고 반갑습니다.

중랑교부터 군자교까지는 봄이면 벚꽃으로 이름난 뚝방길이지만 매번 벚꽃에 홀려

삼육의료원 뒤 배봉산 근린공원을 지나치곤 했는데 오늘 마침 잘 됐습니다.

그리 발길을 돌립니다.

이제 보니 배봉산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비참한 최후를 마친 뒤 

처음으로 묻힌 곳이라 하네요. 

낮지만 전망이 좋은 배봉산 정상. 

여기서 전농초등학교를 지나 전농동 사거리로 나왔습니다. 오랫만에 걷는 것 치고는 

고관절에 무리가 덜 오지만 그래도 근처 사우나에 들러 몸이나 풀고 다시 걷기로 했습니다.

전농동에서 청량리 쪽으로 걷다 내가 좋아하는 시립대 경농관으로 들어갑니다.

경농관은 근대건축물로 지정된 건물인데 철거될 뻔하다 다시 '덜어내기'식 복원을 했다 합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그동안 고쳐쓰느라 덮어놓은 모타르와 천장판을 뜯어내어 

원래의 벽돌과 목조 트러스가 노출되도록 복원을 했다는 것이지요.

<닥다리의 도시산책 http://blog.daum.net/fotomani/70290>

시립대에는 경농관 외에 위 사진의 박물관, 강당인 자작마루관이 견학코스로 되어 있습니다.

오래 된 거목과 경농관 벽돌이 잘 어울립니다.

떡전교에서 내려다 보이는 철길. 

새벽 같이 나와 걷고 닦고... 평소 아침을 거르지만 부산을 떠니 출출하지 않을 수 없지요?

청량리 재래시장 청국장이 유명한 골목이 있습니다. 4-5군데에서 청국장을

내는데 세부항목은 다르지만 기본 형식은 청국장과 밥, 나물과 김치, 생선조림이나 구이가

나옵니다. 가격이요? 단돈 5천원입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식당은 빈 자리가 없습니다. 

밥에 올린 청국장. 고봉으로 나온 밥을 다 먹을까 말까 하다 남기기 싫어 다 먹고나니

오랫만에 가서 깜빡 잊고 있던 누룽지가 한 사발 나오더라는...

과일가게에선 분주하게 손님 맞을 준비를 합니다. 값싸고 싱싱해서 충동구매하기 쉽습니다.

거기에서 고대 쪽으로

고대 후문 쪽에서 개운산 공원으로 올라갑니다.

이게 뭔 일이지요? 소나무 기둥에 웬 까치집이나 겨우살이도 아니고...

성북구 의회쪽으로 내려가야 미아리고개가 나오는 건데 길을 잘못 들어 종암4거리입니다.

미아리나 종암동이나 그저 걷기는 마찬가진데.

골목길 대문 앞에서 개다운 생활(실외생활)을 하고 있는 개부부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초상권침해라고 마구마구 항의합니다.

도봉세무서가 있는 삼양입구 사거리입니다.

주변이 복잡해서 평소에 안보이던 조형물이 걷느라 수고했다고 격려해줍니다.

20 Km를 넘길 수 있을까 했는데 다행입니다. 

내일 어디가 쑤시는지 봐야 다행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지요.

새해에 거창한 맹서, 결심 이거 쉽지 않지요. 전 중단했던 거 조금씩이라도

다시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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