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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대가리? 머리? 얼굴구이?

fotomani 2016. 3. 25. 08:05


생선회를 뜨면 까만 비닐봉투에 따로 담아 챙겨주는 것이 서더리(서덜)지요.

같이 주는 양념으로 매운탕을 끓이지만 그럴 듯한 맛을 내려면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쉽게 먹으려면 굽는 건데 집안에서 구워 먹다간 냄새때문에 난리가 납니다.

그렇다고 먹고 싶은 거 참을 수 없지요. 먹는 개는 때리지도 않는다는데...

베란다에 창문 열어놓고 가스버너와 프라이팬을 갖다 놓습니다.



냉동실에 그런 도미 대가리가 두개 있었습니다. 물론 나머지 뼈도 같이 붙어 있었지요.

요즘엔 도미 머리라고들 그러는데, 대가리라고 하면 교양 없단 소릴 듣을까요?

하긴 "십만원 되시겠습니다.", "전화 오셨습니다." 하는 판이니까 얼마 안 있어

도미 얼굴 구이가 표준어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존칭의 인플레이션 ㅋ

하여간 도미 대가리님을 반으로 갈라서 종이포일을 깔고 굽습니다. 껍질 쪽부터...



한편 나머지 뼈로는 맑은 미역국을 만듭니다. 생각보다 비리지 않고 개운합니다.

여러 가지 넣지 않고 그냥 마늘과 미역, 청양고추만 넣었습니다. 아~ 월계수 잎, 둘.



그런데 이거 뭐입니까? 뚜껑을 덮는 생선구이 전용팬은 육즙에서 생긴 수증기가

잘 빠져나가지 못해 얼굴에 덕지덕지 눌어 붙고 떼면서 살점이 흐뜨러집니다.

이래서야 어찌 도미 머리구이라고 내놓겠습니까? 




한번 조지고 나니 실패를 만회해 보겠다는 고집인지 아집인지 꿈틀댑니다. 

살아 생전에는 한 몸매했을 동네 시장에 있는 횟집 진열대에 있던 연어 대가리입니다.

처음 가열되면서 예쁜 얼굴로 육즙이 흘러내릴까봐 먼저 살점 쪽을 바닥에 대고

뚜껑을 열어 수증기를 날리면서 구워줍니다.



다시 돌려 눕히고 마찬가지로 구워준 후 뚜껑을 닫고 다시 조금 더 구워줍니다.



좀 더 구워줄 걸 그랬나요? 팬에 들어 가기 전에 식초를 한번 발라 주었습니다.

그러면 살점이 흐뜨러지지 않게 구울 수 있다고 해서요.

그래서인지 모양은 잘 갖춰졌지만 색깔이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연어는 물기가 많아 대가리를 좀 더 구워줘도 될 뻔 했습니다. 



오이를 잘게 썰어넣은 레리쉬(relish) 머스타드씨 소스에 마이요네즈, 다진 마늘, 식초를 넣고

물로 조금 희석해 만든 소스입니다. 새콤하니 느끼한 맛을 줄여줍니다.



삼계탕하고 남은 찹쌀로 뼈다구에 붙은 살점만 모아 연어찹쌀죽을 만들었습니다.

색깔 죽이지요? 계란 노른자 하나 넣을까 하다가 여러 분들이 놀랄까봐 깨, 김, 참기름만 조금.



죽 한 숟깔에 연어 머릿살, 울외 장아찌 한 점 되.시.겠.습.니.다~~

아~~~ 아.가.리. 벌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