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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지도 않는 닥다리

fotomani 2016. 3. 23. 11:49



지난 번 경동시장 안에 있는 가성비 좋은 삼계탕집을 말씀드렸습니다. 

반주하기 딱 좋았던 삼계탕이었죠.

그러고 보니 삼계탕은 여름 보양식일뿐 아니라 펄펄 끓여 먹는 음식이라

겨울에도 움추려진 어깨를 펴게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엔 성북구청 앞에 있는 오로지 삼계탕 하나만 하는 <(2대)원조한방삼계탕>이라는

 집을 찾아보았습니다.



이 보문동 쪽은 아직 서양식 건축자재가 그리 흔하지 않았던 1940-1960년대에 

집장사들에 의해 거의 비슷한 형태의 도시형 한옥들이 집단적으로 들어선 곳입니다.

지금식으로 말하자면 아파트 단지나 주택 단지이지요.

아파트니 연립주택들이 들어서며 많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이 동네에는 

아직도 이런 한옥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집도 그러한 집 중 하나인 모양인데 'ㄷ'자 형태의 집에 기둥들을 없애고

마당에도 방을 들여 넓은 홀로 사용했는데, 기둥이 없어진 곳은 H빔으로 보강하여 

지붕을 받히고 박스를 만들어 씌웠습니다. (왼쪽 노란 박스)

퓨전 한옥이라 할까요? 한옥의 현대화라 할까요?

액자를 보니 주인장 성씨가 강씨로 명함에는 '강대령'이라 적혀 있습니다. ㅋ



이집은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합니다. 예약하면 수화기 너머로

'그럼 식사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다소 딱딱하고 생소한 멘트가 흘러 나옵니다.

강대령님의 '절도 있시' 영업스타일인가요?



아무리 솜씨좋게 만든 삼계탕이라도 미리 준비한다고 냉장고 속에 묵히면 군내가 나지요.

그런 걸 감안한다면 이런 주문제가 합리적이긴 하지만,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네 성격에 장사하기 쉽진 않겠습니다. 



은 죽의 형태로 국물에 있고 뱃속은 밥 대신 한약재와 대추, 마늘만으로 채웠습니다.

기왕 죽으로 만들려면 녹두도 함께 넣어 고소함을 배가시키면 좋을 뻔했습니다.



고기 잘 익었습니다. 고기 맛이 느껴지는 게 역시 값 차이가 달리 나는 게 아니군요.

아껴 먹으며 인삼 담금주로 반주를 합니다.



팍 삭은 파김치와 닭죽의 콤비네이션이 의외로 좋습니다.



집에서는 보통 백숙으로 먹는데 부직포에 넣어 파는 한약재와

수삼을 사서 한번 만들어 보았습니다.

마늘은 즉석에서 양념된장과 함께 버무려 놓고요.

닭값은 마트에서 재래시장까지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만, 

그래도 저렴한 가격으로 몸 보신하려면 아직도 닭만한 게 없지요.

급하게 4마리를 만드느라 약간 덜 삶아진 티가 나지요?



배가 고프니 우선 살을 뜯어 먹으며 나머지 3마리를 계속 삶고

먹던 닭의 덜 익은 부분과 뱃속의 찹쌀밥은 해체해서 닭죽을 만듭니다.



다음 날 집에 들어오니 나머지가 레인지 위에 아무도 손대지 않고 그대로 있습니다.

연속 이틀 먹기 지루하지만 어쩝니까? 놓아두면 버리게 될 거 뻔하지요.

칼로리가 걱정되긴 하지만 사람 뱃속이 가장 친환경 폐기물 처리장 아닙니까?

이놈은 어제 한 마리 먹으며 계속 삶았던 것인데, 오우~ 이거 맛이 제대로 들었습니다.

 연속상영에 지겹다는 생각은 팍 달아나 버리고 나 혼자 먹겠다는 욕심이 생기지만

어찌 간사하게 그럴 수 있나요?

그래서 제 뱃속 2 + 우리 직원 1 + 헬스클럽 할아버지 1 = 사이좋게 4 입니다.

제가 닥다리가 되선 지, 저 닭 정말 질리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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