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하지 말래도 엄마맘

fotomani 2019. 9. 10. 10:42



제 사무실 옆 골목에 3 년간 주인이 3번 바뀐 음식점이 있습니다. 

'처음'이라고 말하는 건 기존에 있던 일식집을 젊은 부부가 완전 개조하여 한식 그것도 한우 전문점으로

시작을 했는데 육회 비빔밥이 맛이 있어 가끔 가곤 했습니다. ( http://blog.daum.net/fotomani/70434 )



화려하게 올라간 육회와 푸짐한 야채 정말 좋았습니다. 그러나 한우 판매에 대한 과욕이었던 지

혹은 장소 때문이었던 지 얼마 버티지 옷하고 다른 사람 손에 넘어 갔다가 

이번에 가보니 노인네 단 두 분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노인 두 분이 가게를 한다는 거야 밥집 정도면 심심풀이 삼아 그렇겠거니 하겠지만 명색이 고깃집인데...

 주방 앞에 1인용 압력 돌솥 놓인 게 눈에 띕니다.



돌솥 비빔밥을 시킵니다. 얼마나 빨리 나올 지 내심 걱정하면서, 그러나 합격점입니다.

돌솥 내용물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먹을 만 합니다. 그것 보다는 반찬이 돋보입니다.



다음에 가본 상차림, 여전히 가정식 백반 반찬으로 깔끔합니다. 은근히 끄는 맛이 있습니다.



돌솥에 들어간 달걀 프라이와 단순한 콩나물국 둘 다 집에선 별 맛 없는데 바깥에선

왜 이리 당기는 거지요? 앞뒤 노릇하게 익힌 프라이 없는 백반은 '앙꼬' 없는 찐빵입니다. 



요즘은 저녁 때 혼밥을 하려 해도 가짓수만 채운 너무 흔한 반찬, 성의 없는 반찬, '맵짠달'을 강조한 맛과

나중에 남는 과도한 조미료 맛 때문에 사무실 문을 나서면서도 한참 망서릴 때가 많아집니다. 

훈련소에서도 이런 걸 주는구나 감격하여 한입에 깍 깨물다 으적하는 바람에 깜짝 놀란 깍두기, 

고춧가루 하나 보이지 않는 깍두기를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큼직한 감자조림인 줄 알았지.

예상을 벗어날 때 사람은 항상 놀라게 마련입니다.

이번엔 깍두기인 줄 알고 씹으니 어머니 생각이 나게 하는 감자조림입니다.

뜻하지 않은 감자조림에 잠시 옛 추억에 잠깁니다.



마르게  올려도 뭐라 안할 오징어젓, 다시 양념 해서 윤기 나게 올라온 반찬, 이럴 때 기분 좋아지지요.



너무 들척 거리지 않는 간간한 알타리무 김치



딸 시가에서 올 추석은 서울에서 지내고 제사 때 내려 오란답니다. 집에 오겠답니다.

전 애들이 집에 오면 밥 숟가락 놓자마자 빨리 돌려보내는 편입니다. 제가 드라이한가요?

집안 구석에서 식구들과 명절을 보낸다는 게 갑자기 답답해집니다.

'그러지 말고 우리 바깥에 나가 먹자' 

값이 문제가 아닙니다. 장소가 문제가 아닙니다.

가을 볕이 내리쬐는 푸른 하늘 아래서 준비에 대한 조바심 없이 느긋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엄마 손맛을 그리는 아이들을 너무 차갑게 잘라 버렸나요?

하지 말래도 하고야 마는 전과 LA갈비가 있으니 들려 보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