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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도 못 믿는 게 평양 냉면 사리 맛.-백령면옥

fotomani 2019. 10. 21. 08:08

지난 주말은 아버지 같은 큰 형님을 주님 곁으로 보내드렸습니다.

어렸을 때 아들처럼 누님과 큰 형님 손에 이끌려 다녔는데 이제 따뜻한 손 하나를 잃은 셈입니다.

그동안 큰 형님이 며느리의 이름을 입에 달고 사실 정도로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 준

장조카 부부에게 이 조그마한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


이번 포스팅은 지난 번 올린 <소래포구에서 인천대공원까지>의 2편인 셈입니다.

( http://blog.daum.net/fotomani/70734 )

지난 번 설렁탕과 냉면을 먹으며 인천에는 수십년 된 오래된 음식점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알 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집은 아니지만 내 입맛을 유혹하는 집으로 제물포역 부근에 <ㅂㄹ면옥>이라는 냉면집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집 냉면에 대한 얘기입니다.



2006년10월에 여행사를 통해 백령도를 갔는데 하필이면 그 때가 북한에서 처음으로 핵실험을 한 때였습니다.

거기서 메밀 칼국수와 메밀 전병은 먹어보았어도 백령도 냉면은 금시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 여행사 상품이니 비싼 냉면 대신 칼국수를 제공했을 수도 있었겠네요.



백령도 냉면은 황해도 냉면일 겁니다. 예습을 해보지요.해주 냉면으로 유명한 양평 옥천 냉면입니다.

이 집 냉면은 물냉면으로 먹으면 그 진가를 알 수 없고 비빔에 육수를 타서 먹으면 대파 향과 함께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입니다. 돼지 수육은 새우젓에 겨자를 섞어 찍어 먹으면 맛이 배가되고 

냉면 김치를 냉면 사리에 편육과 함께 끼워 넣어 먹으면 제대로 먹는 겁니다. 

완자 또한 별미인데 아마 무말랭이를 반죽에 갈아 넣을 겁니다. 면수는 조선간장으로 간해서 호로록.



한글날 제물포 역 부근에 있는 <ㅂㄹ면옥>집을 찾아 갔었습니다.

 도화도시개발지구와 인접해 있어 주변에 고층 아파트 공사가 한창입니다. 

냉면 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훌훌 마시고 있는 그림 옆에는

냉면에 걸맞게 '내 인생 가장 시원한 순간' 이라는 화제를 달고 있습니다.



11시 개점 조금 넘은 시각입니다. 홀엔 벌써 2 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반냉면이 뭐냐 물으니 비빔냉면에 육수를 부어 나오는 거랍니다. 

옥천냉면을 그리 먹었는데 이 집도 황해도 냉면이니 당연히 그렇게 먹어야겠지요. 

곱배기를 시켜야 하나 마나 망설이고 있으니 '많이 드릴 테니 그냥 시키세요'  쭈와 쭈와아~

쏘주 한 병과 함께 주문합니다. 맛있으면 전병(짠지떡)이나 만두를 더 시켜 먹고요. 



고운 고추가루 양념으로 버무린 냉면 김치, 달거나 시지 않고 약간 덜 익었지만 완존 내 스딸~




드디어 나왔습니다. 송송 썬 대파가 들어 간 고추 양념으로 두건을 쓴 듯 합니다. 깨는 별론데...



해주식 옥천 냉면 사리는 언급했듯이 면 맛이 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것 좀 보소, 면 맛이 제법이네~ 거의 평양냉면 사리 맛에 가깝습니다.

평양 냉면 사리 맛을 잊은 지 수 십 년, 

아니 잘한다는 평양 냉면 집에서도 쥐 씨알 처럼 찔끔 맛만 보여주는데 젓가락으로 듬뿍 잡아

입에 넣고 씹으니 입안이 메밀 향으로 덮힙니다. 맛을 덮어 버리는 쏘주는 일단 스톱!

양념을 육수에 씻어 다시 먹어봅니다. 오오~~



지난 판문점 회담을 계기로 정통 이북 냉면에 대한 논쟁과 욕심은 접었습니다.

원조가 어디냐? 정통의 맛이 어떤 것이냐는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지요.

대신 내 취향에 입맛에 맞는 냉면이 바로 '나의 평양 냉면'이 아닌가 하는데 

80년대 초 양평 읍내 사거리에 이와 같은 냉면을 만들었던 한식집이 떠오릅니다.

사리의 뒷맛이 오묘하고도 깊이가 있어 반죽할 때 메밀 뿐만 아니라 계피를 약간 가미한 것 아닌가 했습니다.

그 맛을 오늘 만났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결국 쏘주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싹싹 비웠습니다. 다음엔 물냉면에 만두를 제대로 먹어 봐야겠습니다. 



그사이에 백령도 두무진 사진이 걸려있는 홀에 사람이 차기 시작합니다.



지난 한글날에 이어 10월 12일 소래포구에서부터 인천대공원을 거쳐 이 집을 다시 방문하였습니다.

이번엔 사리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해 양념이 들어가지 않은 물냉면을 곱배기로 시킵니다.

곱배기 추가금이 천원밖에 추가되지 않고-싸기도 해라^^-,  배 부르면 남기지요.

그릇 속에 사리 두 덩어리가 살얼음 육수 속에 얌전히 들어 있습니다.

육수는 약간 뽀얀 것이 쇠뼈로 국물을 낸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여기에 까나리 액젓을 좀 넣어 잡순다는데

면수에 조선 간장을 넣어 먹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오~ 냉면발 조옷습니다. 젓가락으로 듬뿍 집어 천천이 음미합니다.

전문가 얘기론 메밀 반죽은 찬물로 해야 향이 오래 간다고 합니다.

지난 번처럼 찐한 감동은 아니지만 역시 오길 잘했습니다. 

아침에 남긴 쏘주 반 병으로 막간에 간을 봅니다.



전 냉면 김치를 많이 넣어 먹는 편입니다. 소화도 돕고 메밀의 독성도 중화 시키고,

섬유질도 보충하고.



편육이 한 조각밖에 없어 맨 마지막에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냉면은 사리+냉면 김치+편육(양지나 사태)+육수를 함께 먹어야 제 맛인데 혼자 수육을 시켜 먹을 수도 없고.

다음엔 꼭 누구 한 사람  같이 가서 다른 안주와 함께 느긋하게 먹어야겠습니다.

곱배긴데 남겼냐고요? 그럴 리가 있나요? ^^

** 백령도 냉면과 평양 냉면집이 인천 뿐만 아니라 부천 등 경인 지역에 꽤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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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다리로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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