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이번 주말에 전시회 한번 가보시지요?-추사

fotomani 2020. 1. 31. 09:14

추사의 작품을 감상하려면 2가지 접근법이 있을 겁니다.

하나는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처럼 글(문인화)이 가지고 있는 속 뜻을 캐내는 법입니다.

詩감상이나 마찬가지지요. 이에 대해서는 이성현의 <추사코드>에 잘 서술되고 있습니다.

<강남좌파 김정희-추사코드http://blog.daum.net/fotomani/70493 >


또 다른 하나는 그림 감상하듯 書藝로써 서체 하나하나를 감상하는 것 입니다.

이번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귀국 전시에서는

서체의 회화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시는 연행과 학예일치(學藝一致)해동통유와 선다일미(禪茶一味)

유희삼매(遊戱三昧)와 추사서의 현대성등 크게 셋으로 구분 지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추사 연보와 행적을 보면 대체로 수긍가며 

특히 한자로 특징지워진 구분이 추사의 일생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1809년 불과 24세 청년은 아버지를 쫓아 연경으로 가 옹방강, 완원과 사제간 의를 맺습니다.

그리고 불과 4개월 만에 완원을 비롯한 문인들과 함께 송별연을 가지고

이임송이 전별시를 쓰고 주학련이 그린 <추사전별도>가 들어간 <贈추사東歸시첩>을 선물로 받습니다.

추사가 얼마나 이뻤길래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아직도 추사체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남아 있어 이 전시에 비판적인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젊은 나이에 연경의 중량감 있는 문인들로 부터 인정 받았다는 史實마저 부인할 수는 없겠지요.

날로 먹은 게 아니란 뜻입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맺은 추사와 청조문인들과의 사제간 의 혹은 교우는 박제가의 영향이 컸을 겁니다.

박제가로 부터 듣고 추사를 실제로 보니 과연 <경술문장 해동제일>이라는 인정을 받게 된 것이지요.

입신출세한 사람들을 보면 고향보다 타향에서 먼저 인정 받은 이가 많습니다.

그 '사람'이기 보다는 그 '놈' 소릴 더 먼저 들으며 짖눌리니 싹이 자랄 수 있겠습니까?



<진흥북수고경>은 비록 후대의 작품이긴 하지만 연경행에서 금석학에 몰입하게 됩니다.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가 무학대사나 도선국사의 비로 잘못 알려져 왔으나

이를 바로 잡은 것도 추사였습니다. 그의 금석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습니다.




백파와 초의의 선불교 논쟁에 끼어들어 요즘 모씨 처럼 버릇없는 편지를 백파스님에게 보낸 추사는 

후에 백파대율사의 묘비까지 써줄 정도로 친교를 맺었으며

제주 유배시 초의선사에게 차를 보내 달라는 재촉 편지는 거의 협박에 가까울 정도였습니다.

명선은 선다일미의 핵심이자 종착점 아닐까요?

<다시는 지체하거나 빗나감이 없도록 하는 게 좋을거요 : http://blog.daum.net/fotomani/70182 >



“초의(草衣)가 스스로 만든 차를 보내왔는데, 몽정(蒙頂)과 노아(露芽)에 덜하지 않다. 

이를 써서 보답하는데, 백석신군비(白石神君碑)의 필의로 쓴다. 병거사(病居士)가 예서로 쓰다.”

초의와 나눈 금란지교(金蘭之交)에 옹방강이 극찬한 백석신군비의 글씨체로

최고의 차를 보내준 사람에게 좋은 글로 보답합니다. 차를 마시며 선에 들다.



추사의 원찰 화암사(완주가 아닌 예산 -추사고택 뒤에 있슴) 바위에 새긴 시경(시의 나라).



마지막으로 유희삼매, 예술이 신의 경지에 달한 걸 말하는 것일까?

어렸을 때부터 들어 왔던 추사의 명필, 그러나 철이 쪼꼼 들고 나서 봤던 추사의 글씨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해서 어느 글씨체가 추사 본연의 글씨인가 많이 헷갈렸습니다.

그러나 극상의 경지에 다다르면 어디 경계가 있겠습니까? 그저 보기만 해도 입이 헤 벌어지는 걸~


 


'괴怪의 미학'이라...  글쎄 그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추사의 예술감각과 조형성은

절대로 고(古)나 졸(拙)하지도 않거니와 현대 시각으로도 뒤떨어짐이 없다 하겠습니다.

그것이 유희삼매의 결과물이라 한다면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가 작품마다 수많은 명호를 써가며 카멜레온 같은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마치 추상화 같은 추사체는 말년 유배시절을 겪으며 완성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소치 허련의 그림에 추사가 쓴 <산수국>

흥에 겨워 휘갈겨 쓴듯한 글씨가 향기로운 꽃과 이파리 사이에서 나비처럼 날아 다니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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