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오디오 기기랑 LP판 정리한 얘기를 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힘쓸 수 있을 때 하나씩 정리하는 거지요.
이제 덩어리가 큰 거로 남은 건 책과 木공구류입니다.
창고처럼 쓰는 3층 옥탑방은 여름이면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여서 기온이 좀 내려간 요즘
새벽같이 옥탑방으로 올라가 노끈으로 묶어 계단참에 쌓아 놓았습니다.
그 중 비교적 깨끗한 장정일 삼국지와 고우영 만화 삼국지는 후배님에게 넘겼습니다.
고우영 만화는 원본이 아니고 나중에 모아서 출간한 것입니다. <짱구박사>로 유명한 추동성이
바로 고우영인데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만화를 고우영 특유 은밀하고도 고급스런 유머로
성인만화의 품격을 올려놓은 걸작이지요. 이쑤시개로 그린 박수동의 <고인돌>도 그에 버금 가지만
<선데이 서울> 이후 작품 활동을 안 하시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너무 낡아서 남에게 주지 못한 소설로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시리즈.
죠반니노 과레스키라는 신문기자겸 소설가가 1946년을 배경으로 이탈리아 작은 마을에 사는
돈까밀로 신부와 빼뽀네 읍장 간의 살아가며 부대끼는 일상사를 그린 소설입니다.
1946년이라 함은 2차 세계대전 후 좌우익 대립, 실업과 파업, 정치와 종교, 자본가와 노동자간의
투쟁 등 사회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을 말합니다. 어디와 비슷하지요?
김명곤이란 번역가는 서편제 주연도 하고 문화부 장관도 한 분입니다.
김명곤의 세상이야기란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고요.
돈까밀로 신부는 욱하는 단순함으로 뭉쳐진 다혈질 우익인사로 쌈박질도 잘하고 거짓말도 서슴치 않지만
예수님과 대화를 할 정도로 독실한 신앙심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빼뽀네 읍장은 그에 못지 않는 급한 성격의 좌익인사이지만 선량하고 순박한 심장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런 좌우익 간의 이야기가 국시가 반공인 나라에서 1979년 발간될 수 있었다니...
요즘 미국 드라마를 보면 반전 뿐만 아니라 비비 꼬아 반전에 반전이 거듭돼 정신이 없지만
70년대 후반만 해도 그런 드라마는 커녕 앞만 보면 끝을 짐작할 만큼 반전은 거의 생각도 못할 때였습니다.
이 신부님 시리즈는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에피소드마다 소박한 반전의 묘미를 안겨줘
나도 한번 글을 써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 게 만듭니다.
말이 그렇지 덩치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 '깡패' 같은 두 사람이 요즘 '투닥거리거나 쌈박질'을 한다면
상해, 치상, 폭력, 공갈, 협박에 고소 고발이 이어질 것 입니다.
그러나 웃을 수 있고 다시 들여다 보게 만드는 매력은 바닥에 깔려있는 인간미와 사랑일 것 입니다.
책은 재미가 있어야 읽는다는 평범한 이치를 깨닫게 해줍니다.
다시 읽어보며, 정치력을 상실하고 검찰이나 언론에 기대야 하는 요즘 정치판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이오덕의 글쓰기와 탄광촌 아이들 글 모음, 월간중앙 별책 부록 <환자와의 대화> 초판을
잃어버린 게 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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