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몽환산성과 육회비빔밥(공산성, 시장정육점식당)

fotomani 2021. 11. 17. 09:50

근무일 수를 줄이니 집에 있게 되면 뱃살이 투뿔로 마블링되는 것 같아

옛날처럼 동해안을 걸어 볼까 하다 맛보기로 가을이 다 가기 전에 2016년에 다녀온 공산성을

가볍게 갔다 오기로 하였습니다. 공산성 한 바퀴 도는 것이야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지만 

거기서 받는 감동은 다른 어떤 곳에 비할 바 아닙니다.

동서울발 공주행 시외버스는 거의 모두 세종시를 경유하게 되어 있습니다.

2시간 10분 걸린다는  시외버스 홈피 안내와 달리 소요시간이 거의 3시간 육박했습니다.

열 받아서 고속버스와 비교를 해보니 고속은 1시간 40분, 요금은 12,200원,

동서울은 거의 3시간에 13,300원, 시간은 더 걸리고 요금은 더 비싸고, 뭐 이런 게 다 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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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넘어 도착했는데도 이곳에는 금강 안개로 자욱했습니다.

묵직하게 내려앉은 안개로 신비롭게 단장한 모습은 생각지 않았던 새로움입니다.

 

물안개는 거미줄과 수크령 술이라고 그냥 스쳐 지나치지 않고 촘촘히 구슬을 꿰어줍니다.

 

월요일 아침인데도 아베크족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때맞춰 안개와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비추는 햇살은 감미로움은 추억 속에 차곡차곡 쌓일 겁니다.

 

뜻하지 않은 안개로 오랜만에 찾은 공산성은 몽환 산성이 되었습니다.

공산성의 보석, 언제 보아도 싫증 나지 않는 만하루와 연지입니다.

수원 화성의 동북각루와 용연, 공산성 만하루와 연지는 서로 닮았습니다.

역사성과 전략적 중요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딱딱한 군사시설 속에 어떻게 이렇게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느냐는 감탄입니다.

앞으로는 용연이 내려다 보이고 뒤로는 팔달산이 자리한 동북각루와 용연,

앞을 보면 시야가 확 트인 금강과 공주 신시가지, 뒤로는 작은 연못과 수풀 우거진 공산이 위치한 만하루와 연지.

저절로 누각에 누워 세상사 잊어버리고 한가로움을 느껴보고 싶은 곳입니다.

 

어느덧 해가 떠오르며 안개가 걷히니 만하루와 연지의 매력은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인위적으로 퍼올리지 않고 자연을 내 안에 끌어들이는 지혜로움이 돋보입니다.

물론 금강과 연지가 지하로 연결되어 자연적으로 수위가 같아진다는 건 내 상상입니다.

 

공주는 볼거리 외에도 짬뽕, 육회비빔밥, 잔치국수, 해장국 등 먹거리로 유명한 곳입니다.

다른 도시와 달리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몰려있어 번거롭지 않습니다.(공주산성시장 1.6일 장날)

짬뽕과 육회비빔밥 사이에서 갈등을 겪다 육회비빔밥으로 정했습니다.

평일 개점 직후인데도 사람이 몰립니다. 반주는 생각도 못하고 혹시 모를 짬뽕을 생각해 밥은 반만 덥니다.

부드러운 식감의 육회는 잘게 썰어서 그럴 겁니다. 간이 거의 없는 콩나물과 무채를 때려 넣습니다.

선지는 부드럽고 국물이 비리지 않습니다. 미소가 지어지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시장에 들어가니 먹자골목 솥에서 뿜어내는 구수한 김과 선지 해장국 속 스지에 회가 동합니다.

꾹 참고 떡집으로 가 보들보들한 찹쌀떡 2팩을 삽니다.

고속버스 시간을 잘못 봐 1시간 전에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그래, 여기까지 와서 짬뽕 한 그릇 하지 못해서야 되겠어?' 유명하다는 짬뽕집까지는 못 가고

'여기 짬뽕이면 용꼬리는 되겠지'하며 터미널 앞 그래도 유명하다는 짬뽕집으로 들어갑니다.

일반 짬뽕이 다른 유명집 해물짬뽕 값입니다.

그런데 이거 웃기는 짬뽕입니다.

짬뽕의 생명은 즉석에서 볶아내야 하는데 휴게소처럼 냉장 봉지 짬뽕을 데워 나오는지

국물은 며칠 지난 것 같고 불린 건오징어와 건홍합, 뻣뻣한 돼지고기가 들어간 짬뽕입니다. 

起와 結이 맹낭하고 웃기기는 했지만 즐거운 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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