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빗속을 혼자서- 명가네 보리밥

fotomani 2022. 6. 11. 07:03

6월 6일, 현충일에 걸맞게 비가 내립니다. 현충원 담장길에 이어 달마사, 노량진까지 걸을까 하다가

행사에 치어 난데없이 나의 자유로움이 구속받을까 봐 광릉숲길로 갑니다.

전엔 봉선사를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곤 했는데 지난번 가보고 나서 자주 들르게 되는 곳이 되었습니다.

솟을대문 가옥의 화려함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염불원, 경내 세련된 카페와 빵집,

오채현 작가 작품일 것 같은 민속 호랑이 조각, 꽃담 등이 사이좋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시공의 콜라보레이션과 융합이 떠오르는 편안한 사찰입니다.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친구로 하시면 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f.kakao.com/_hKuds

연꽃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빗물을 감로수로 만들려는 듯 두손으로 떠받치고 있는 연잎.

성급히 연꽃축제를 알리는 객쩍은 초롱불과  연잎이 섭섭지 않게 구석 작은 연못엔 수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내가 기승전'먹'질이나 혼술을 잘하니 이런 곳까지도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서울에서야 별 것 아니지만 서울 근교를 위시해 지방에선 대중교통 이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지하철역이나 열차역을 네이버 같은 포털로 찾아 열차시간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버스는 지방 버스앱을 다운 받으시면 버스정보 단말기가 없는 곳에서도 편리합니다.

위치와 방향, 알바 예방 길찾기, 기타 GPS 정보를 얻기엔 <산길샘> 앱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알바나 링반데룽이나 비슷한 용어로 산에서 길을 잃는 것인데 지방에서 트레킹 할 때에

선행자의 족적-gpx-파일을 다운 받아 산길샘에 깔면 경로 이탈을 방지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비가 오는데도 공휴일이라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방부목 데크는 걸음에 맞춰 자박자박 소리를 정겹게 울려주고 빗방울은 물 그림자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전 집과 가까운 4호선이 진접까지 연장운행되어 대중교통으로 이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4호선 창동역에서 평일 휴일 모두 약간 차이는 있지만 6시에서 30분 사이에 진접 종점 열차가 두 번 있습니다.

제가 얼리버드라 첫차를 잘 이용합니다. 

진접에서 내리면 <신도브래뉴아파트,진접역> 버스 정류장에서 봉선사 입구 가는 21번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맑은 날과 달리 공기는 유난히 맑고 나무 향기가 실려 싱그럽습니다.

오늘 여기로 오길 정말 잘했습니다. 이런 길을 나 혼자 촉촉하고 느긋하게  걸을 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광릉숲길이 산림생산기술 연구소에서 끝인 줄 알았더니 냇물 따라 직동교까지 5백 미터 정도 더 연결돼있었습니다.

직동교에서 다시 봉선사까지 걸어서 되돌아나올 수도 있고  21, 86번 버스를 타고

진접역이나 반대편 의정부쪽으로 나갈 수도 있습니다.

서울버스와 달리 지역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지만 길어도 3-40분 정도 기다리면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버스정류장 거리가 짧아 버스앱을 보고 여유가 있다면 다음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갈 수도 있습니다.

귀찮다면 정류장에 쪼그리고 앉아 폰에 얼굴이 빠지도록 게임을 때리며 시간을 죽이시든지...

 

아무리 밉상이라도 예쁜 구석은 있는 법이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쁜이도 미워질 때가 있는 법입니다.

그 흔한 이파리들도 비를 맞으니 허투루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잎새로 변합니다.

 

가랑비에 옷젖는 줄 모른다고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서 횡 지나치려는 86번 버스를 타고 의정부 중앙역에서 내립니다.

제일시장 쪽으로 내려가다 커다랗게 빨간 글씨로 보리밥이라 써진 집으로 들어갑니다.

칼칼한 된장찌개도 함께 나오나 했더니 비빔밥과 미역국에  4가지 반찬입니다.

된장찌개나 강된장으로 비비지 못해 아쉽지만 보리 씹히는 맛이 늦은 봄 졸음을 부릅니다.

나중에 들어오는 분들을 보니 모두 펄펄 끓는 찌개류를 시킵니다.

짙은 청국장 냄새가 배가 부른데도 식욕을 자극합니다.

 

그래서 6월 9일 다시 광릉숲길을 찾고 그 집으로 갔습니다.

"청국장에 흰밥 대신 보리밥을 줄 수 있어요?"

냄새는 지난번처럼 노골적으로 코를 찌르진 않았지만 맛의 깊이는 만만치 않습니다.

비벼먹다 성에 차질 않아 아예 밥을 말아버립니다. 밥 말은 청국장엔 막걸리가 최고지요.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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