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칠궁- 매운 쭈꾸미

fotomani 2022. 5. 18. 14:56

북악산 남측면 등산로(성 남쪽 주황색)는 이미 지난 4월에 개방되었습니다.

이번에 청와대 전면 개방으로 청와대 담장 외곽으로 나있는 길(초록색)까지 개방되었습니다.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친구로 하시면 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f.kakao.com/_hKuds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12일 삼청안내소-법흥사터-청운대 쉼터-창의문까지 걸으려다

점심 약속때문에 삼청 안내소부터 초록색 신규 개방로를 거쳐 칠궁까지 간단하게 산책하기로 했습니다.

짧은 구간이지만 방사상으로 뻗어나온 북악산 자락을 가로지르는 길이어서 오르내리를 몇 번 해야 합니다.

 

시내에서 막연히 청와대쪽을 보던 것과 달리 남측 사면은 상당히 경사가 심했고 광화문 지척 간에

이런 숲이 있다니 신기했습니다. 앞으로는 남산(목멱산)이 보이고 오른쪽에 겸재도 인정한 인왕산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어 아늑한 느낌입니다. 급한 경사로를 내려와 칠궁에 들어섭니다.

칠궁은 언젯적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인지 모릅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구입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을 사진집입니다.

교보문고에 갔다 눈에 띄어 먼지 쌓인 서가에서 꺼내 들었을 때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칠궁은 궁정동 1번지로 청와대와 담장 하나로 이웃하고 있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거니와

그 당시 일반인에게 고궁이란 박람회장, 동식물원, 유원지 정도로만 생각할 때였습니다.

임응식 사진작가도 이런 곳이 서울에 있었나 놀랐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임응식 작가는 아름답고 그림 같은 소위 '살롱 사진'을 경계하고 사진의 사실성과 기록성을 중시했습니다.

내가 보고 느끼는 것 같이 있는 그대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왜곡을 피하기 위해서

사람 시야와 비슷한 35밀리 단초점 렌즈만을 고집한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칠궁은 조선조에 왕을 낳은 후궁들의 신위를 모신 곳입니다.

영조가 자신의 생모 숙빈 최 씨의 신주를 모신 사당 육상궁을 건립한 이후 1908년 연호궁, 저경궁, 대빈궁, 선호궁,

경우궁을 모셔왔고 1929년 덕안궁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칠궁은 공식적으로 사적 149호 육상궁으로 불리게 됩니다.

육상궁과 연우궁은 같은 사당 내 좌우 감실로 나뉘어 현판이 둘인데 맨 아래 사진처럼 

전돌을 쌓은 위에 지붕 올린 건축 형태는 동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맨 윗 사진은 우물에서 흘러나온 물이 고이는 냉천 뒤에 세워진 냉천정인데 그 뒤로 초가정자와

후원으로 통하는 뒷문이 있습니다. 후원이라야 뒤 북악과 연결되는 작은 정원이었겠지만

흑백사진에서 보듯 나란히 이어진 사당 지붕과 꽃담은 품위와 아늑함을 담고 있습니다.

마치 소쇄원처럼 흐르는 물처럼 자연을 뒷문을 통해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듯 보입니다.

청와대 앞에는 관람인파가 가득합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란 게 무엇인지 잠시 생각하게 됩니다.

 

<ㅊㅁㄹ> 쭈꾸미 불고기집입니다. 새빨간 양념의 쭈꾸미, 양념 때문에 다 익기도 전에 타버리지만

쏘주를 부르는 강력한 끌림이 있습니다. 은근히 매워 땀을 닦느라 두피가 돼 버린 모자를 벗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볶음밥 1인분과 먹다 남은 쭈꾸미, 더 갖다 준 상추를 냅다 집어넣고 냅다 비빕니다.

요즘 빨간 걸 너무 밝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답답함의 표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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