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만들기

가죽시장 먹보

fotomani 2023. 10. 31. 14:26

 

가죽시장은 동묘역과 신설동역 사이에 있습니다.

동묘와 황학동 풍물시장에다가 경마장까지 있어 눈요깃감이 많고 실비집 천지입니다.

전에는 낙원동 송해거리와 함께 노인 많은 거리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이 침투해 들어와 남녀노소 차별 없는 거리가 되었습니다.

특히 가죽시장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

나 같이 어리바리한 사람이 가도 상인들이 매우 친절하게 상담해 줍니다.

위에서 두 번째 사진은 커다란 창고와 같은 건물 속에 있는 가죽시장으로 어마어마합니다.

세 번째 사진처럼 자투리를 파는 곳은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나 저처럼 초보가 많이 찾는 집들입니다.

가죽 공예 공구들과 재료, 금속 장식을 파는 상점들. 정말 종류가 많습니다.

아들이 쓰던 공구와 재료를 빌어 쓰지만 가죽도 다르고 장식도 다릅니다.

그렇다고 모든 걸 내 곁에 갖춰 놓을 수도 없으니 필요에 따라 매번 들러야 합니다.

핑계 삼아 님도 보고 뽕도 딸 수 있으니 이것 또한 늙어가는 재미라고 할까요? 

세 번째는 두꺼운 가죽을 얇게 만드는 작업을 해주는 곳으로 '피할'이라 합니다. 

마지막 사진은 동대문 종합상가 5층 액세서리 상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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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f.kakao.com/_hKuds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동네 요소요소에 실비집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2번째 사진의 '공이네 파전'이라는 집은 원래 막국수집인데 막국수보다는

가벼운 안주의 낮술 전문으로 보이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혼석해 마시고 있어

언제 한번 비 오는 날 거기에 앉아 멍 때리며 한잔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그 앞 DM(동묘) 모텔이라는 곳은 외국인들이 단체로 묵는 곳으로 

1층에 '양식당'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조식뷔페와 맛깔스런 경양식을 팔고 있어

여기도 낮술집과는 다른 분위기로 들어가고 싶은 곳 중 하나입니다. 반주만 허용된다면...

 

그러다 눈에 띈 곳이 요일 메뉴가 있는 <사랑채>라는 식당이었습니다.

그날 요일메뉴는 양념게장이었는데 그것보다는 닭도리탕이 먹고 싶어 물어보니

전날 메뉴였던 닭도리탕 남은 게 있었는지 준비된답니다.

남았던 음식이라도 군말 없이 1인분을 주문받는 게 기분 좋았습니다.

문득 중부시장  <봉순네집밥> 1인분 닭도리탕이 떠오릅니다. (https://fotomani.tistory.com/70966 )

 

이 근방에 한식뷔페가 몇 곳 있습니다.

하나는 <부광식당>이라는 곳으로 2년 전인가 한번 가보니

'교통사고로 입원하여 당분간휴무'란 고지에 두어 번 방문 실패한 식당이었습니다.

생각이나 들렀더니 만원입니다. 선불 계산하며 '소주도 하나'했더니 술은 취급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그 부근 <엄마손뷔페>란 곳을 들렀습니다.

장식용 머그잔들과 테이블들이 호프집 분위였습니다.

널찍하고 깨끗한 분위기에 음식 종류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푸짐하게 준비해 놓아

종류의 부족함을 양의 푸짐함으로 때우고 있었습니다.

반찬 중에 쉽게 볼 수 없는 그린빈이 있었는데

반건 같은 느낌이 들어 물으니 양념에 많이 졸아 그렇답니다.

'그럴 리가~~?'

물김치에도 조그마한 능금이 들어 있었습니다.

알배추와 상추를 맘껏 먹을 수 있었고 밴댕이로 추정되는 무침도 맛이 있었습니다.

 

밤낮 똑같은 데 가는 것도 그렇고

아점부터 파전이나 노가리 같은 안주 갖다 놓고 남보기 처량하게 한잔하기도 그래서

망설이다 바깥에 붙여놓은 차림상 그림과

'꽃구경도 식후경, 밥맛 나는 세상'이란 카피가 그럴듯한 집으로 들어갑니다.

주인인듯한 젊은 주방장과 서빙해 주는 아주머니 두 분이 하는 식당이었는데

들어가 보니  붙여놓은 빈 테이블 두 개를 손님이 꽉 채우고 있어 언제 먹나? 아차 했던 곳입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자반구이가 나왔는데

맛은 보통 정도지만 1만 원이 아깝지 않도록 대가리를 오징어처럼 정성스레 붙여

깡충 발로 크게 늘여놓은 모양에 안쓰러운 웃음이 나왔습니다.

담백한 맑은 배춧국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 집 모두, 가려는 집 거의 모두 실비집이니 맛이라고 그리 특별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사 보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그저 마실보고 편안하게 앉아 빈 마음으로 사람 구경하며

반주 한잔에 배 채우기 좋으면 그게 최고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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