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만들기

울적한 비에 몸부림치기(cooking for gloomy rainy day)

fotomani 2022. 8. 13. 10:50

슬라브 벽돌집이 오래되면 항상 누수가 문제입니다.

옥탑방 위에는 아스팔트 슁글 지붕을 덮었었는데

30년이 훨씬 넘어 슁글의 방수 기능이 떨어지며 썩는 바람에 2년 전 걷어냈습니다.

그동안 문제없이 이 쑤시며 살다가 지난 6월 24일 옥탑 벽체로 스며든 빗물에 

3층은 물론 2층 거실 천장, 계단실까지 젖기 시작합니다.

높은 옥상에서 후들거리는 팔다리로 삼점 확보해가며 임시방편으로 벽체 위쪽을 덮어놓았으나

워낙 거센 빗줄기에 양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샙니다.

난리통에도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뒷마당은 평화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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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언제 그칠 지 얼마 동안 그칠지도 모르는데 공사를 할 수도 없고 그저 속만 타들어 갑니다.

누수와 비가 한꺼번에 겹쳐 스트레스가 쌓이니 한가하게 걸을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거기에 습도도 높아 물에 젖은 담요를 덮어 쓰고 숨 쉬는 느낌입니다.

밥 먹기도 귀찮아 기분 전환이 될까 해서 시어빠진 열무김치로 국수도 만들어 먹어도 보고

콩물을 사다 새하얀 국물에 새빨간 김치 국물이 번져가는 가학적인 눈장난을 즐기며

션하게 국물을 들이킵니다.

 

6월 말부터 시작된 장마는 7월 중순이 지나니 날이 맑아지기 시작하는데 일을 맡아 주실 분은

알프스로 트레킹을 떠나 8월 초에나 오신답니다. 에이효~

밥통에 쌀, 돼지고기, 참기름과 소금을 약간씩 넣고 밥을 지어 데친 콩나물과 함께 뜸을 들여

양념간장에 비벼 먹으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빗물, 빗물, 나를 울려주는 빗물뿐입니다.

 

8월 초에 지옥의 물구덩이에서 나를 구해줄 귀인이 귀국하니 때 맞춰서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가을장마라고도 하고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라고도 하기도 하지만 말하는 사람도 무슨 소리인지 모를 겁니다.

스트레스에 먹기만 하다 확찐자 될까 봐 쌈채소를 1kg 시켜 다섯 개로 나누어 냉장고에 넣고 그거 위주로 먹습니다.

우선 아순대로 쌈채 겉절이로 냉동실에 있던 햄버거 패티를 꺼내 같이 먹습니다.

난 겉절이와 연이 닿지 않는 모양입니다. 양념장 다시 만들기 싫어 건강식 먹듯 와구와구 틀어 넣습니다.

 

마트에 가니 리코타 치즈를 1+1 세일하고 있습니다.

별 맛이 없어 안 좋아했었는데 세일이라는데 혹해 덥석 사들고 왔습니다.

견과류까지 빻아 넣고 블랙베린지 뭔지 들어간 치즈를 넣으니 보기도 그럴싸하고 맛도 괜찮습니다.

매쉬드 포테이토 곁들인 샐러드, 스테이크 샐러드, 클럽 샌드위치. 

쌈채소 1kg 먹어치우느라 몸부림을 칩니다.

처음엔 예쁘게 보이더니 점점 미워질라 합니다.

오늘 나를 구해주실 분에게서 OMG! 존나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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