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소문의 확인- 오남저수지, 시골본가 정육식당

fotomani 2024. 4. 22. 13:42

 

 

4호선이 진접까지 연장된 건 나에겐 큰 행운이었습니다.

진접역에 내려 왕숙천을 거슬러 올라 봉선사를 거쳐 광릉숲길로 가는

보석 같은 산책길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이 구간 왕숙천은 정원처럼 잘 가꿔진 하천 개활지로 답답한 마음을 터지게 만들어 주는데

오죽하면 내가 2년 전 '너 보기가 역겨워 걷는 산책길'이라고 올렸겠습니까?

게다가 광릉 숲길은 마음속 빈 공간을  채워주는 치유의 숲길입니다.

오늘은 진접 대신 오남역에 내려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오남저수지로 향했습니다.

창동역에서 오남역까지 불과 20분 정도면 도착하니 얼마나 행복한가요?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채널+하시면

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f.kakao.com/_hKuds

 

'마을 상투 머리에 커다란 저수지가 앉아 있으면 잠이 오겠냐?' 던 우려는 

제방 위로 올라와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탁 트인 시야는 서울 근교에 이렇게 사람 손 타지 않고

깨끗하게 남아날 수 있었을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오남저수지는 협곡에 세워진 만큼 수심도 꽤 깊어 보였습니다.

이 저수지 상류는 팔현계곡으로 천마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입니다.

오늘 소중한 산책로 하나 더 내 보물창고에 챙겼습니다.

 

 

오남저수지는 일주일 동안 두 번 찾았는데, 처음 찾았을 때 주는 감동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수더분한 유튜버 윤호찌가 소개한 <시골본가 정육식당>이란 음식점 때문이었습니다.

점심메뉴로 육회비빔밥, 설렁탕, 육개장을 사진에 보듯이 저렴한 가격으로 내기도 하고

내용이 실하다 했는데 과연 그럴까 강력하게 확인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저 윗사진에 보이듯이 모두 6천 원씩에 내고 있었습니다.

손님 중 한 사람은 '이 집 육개장이라면 죽을 때까지 먹어도 물리지 않겠다' 며 객쩍은 소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방문에선 육회비빔밥과 설렁탕을 시켰는데 여기까지 언제 또 다시 오겠냐 싶어서였습니다.

'육회비빔밥과 설렁탕..(두 개를 시켜도 뭐라지 않을까요?.)' 말도 다 끝나기 전에

어머니인 듯한 아주머니는 우리 집에서는 그 정도 먹는 게 당연하다는 듯 지체 없이 오더를 내립니다.

얼떨결에 두가지 음식을 시켰지만 팔팔 끓는 설렁탕과 비빔밥은 비주얼만으로도 합격이었습니다.

밥 반 그릇 처넣고 비벼 나물이 엉키지 않게 젓가락으로 숟갈에 떠 넣어 입안에 넣으니

따로 참기름을 넣지 않았어도 양념이 육회와 어우러져 고소하게 혀에 감기는 맛이었습니다.

 

 

고기가 잠수 타서 별로 없을 줄 알았던 설렁탕도 숟갈로 뜨니 상당량 고기가 국수와 함께 올라왔습니다.

간이 전혀 되질 않아 소금과 후추를 넣고 나머지 반 그릇을 말고 배추김치를 올려 먹었습니다.

팔팔 끓어 비빔밥보다 나중에 먹어 비빔밥 양념 맛이 입에 남아 있어

설렁탕의 담백하면서도 고기 국물의 걸진 맛을 느끼기 힘들었던 게 실수였습니다.

두 가지에 반 한 그릇만 먹었어도 중심이 아랫배에 잡혀 뒤뚱거리면서도

'칼칼하다는 육개장은 언제 먹지?'  궁리하기 바쁩니다. 

 

그 '언제'는 일 주일도 안돼 돌아왔습니다.

지난 15일 갔다가 20일 토요일 꿀꿀한 날씨가 칼칼한 육개장을 부릅니다.

똑같은 시간에 전철을 타고 들르니 데자뷔인가? 똑같은 시간 장소에 전날 보았던 진돗개가 주인과 함께

똑같은 대문 밑에 코를 들이박고 킁킁거리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들렸는데도 오남저수지는 변함없이 반갑게 날 반겨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은 콩밭에 가있으니 애써 빠른 걸음으로 한 바퀴 돌고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육회비빔밥은 오늘도 호박, 당근, 콩나물, 어린싹, 무채 위에 육회를 얹어놓고 노른자로 머리 올리고 나왔습니다.

급한 김에 육개장 국물을 뜨니 정말 뜨끈 칼칼하게 목구멍을 자극합니다.

급할 거 있나? 천천히 비빔밥을 한 숟갈씩 퍼 느긋하게 음미합니다.

어느덧 비빔밥은 바닥을 보이고 차례를 기다리던 육개장으로 향합니다.

나머지 밥 반 그릇을 때려 넣으니 가라앉아 있던 고기와 건더기가 밥 위로 위로 올라옵니다.

푹 끓여 숨 죽은 고사리, 콩나물, 대파를 당면과 함께 건져 뭉그러지며 씹히는 맛을 즐깁니다.

이윽고 건더기는 다 먹어 가고 숟가락에 떠올려지는 밥과 기름지고 얼큰한 국물이

육감적으로 점막을 자극하며 내려갑니다.

옆 자리 가족이 고기를 시켜 구워 먹는 것을 보니 다음엔 후배를 꼬여 함께 먹어 봐야겠습니다.

P.S. 육개장이 6천 원으로 적혀 있었으나 동네 사람들이 가격을 올렸는데도 4천 원인 줄 알아

외지인인 나에게도 그냥 4천 원으로 받고 있었습니다.

닥다리 티스토리블로그

https://fotomani.tistory.com/

<닥다리로가는길> 카톡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