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백반집 둘 - 경복식당, 금지게식당

fotomani 2024. 5. 1. 07:53

 

 

내가 백수가 된 결정적 이유가 건강상 문제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그에 걸맞은 일상을 만들었는가 하면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유가 생겨 해본다는 게 고작 조금 걷고 술을 끊으니 Input이 줄어 체중감소된 게 변화라면 변화겠습니다.

주변 정리를 하고자 하나  마음만 앞서지 몸이 움직여지질 않습니다. 

오늘 아침도 미적거리다 9시 넘어 중랑천이나 걸어보려고 나왔습니다.

옛 경춘철교 가까이 오니 경복식당 백반이 떠올라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뜬금없이 옆길로 빠져도 비난받을 일도 없고 비난할 일도 없는 게 백수의 장점입니다.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채널+하시면

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f.kakao.com/_hKuds

 

 

마침 보슬비도 촉촉하니 오니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던 잣나무 숲의 체취가 나의 몸을 감싸 안고

촉촉하고 신선한 공기는 기도를 정화시키며 폐부 깊숙이 들어옵니다.

내가 좋아하는 숲길입니다.

 

 

백종원이 경복식당을 극찬할 때는 벌써 고리짝 때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오픈 전에 대기줄이 있었습니다.

벽에는 백반 8천 원, 매일 변하는 메뉴로 제육 3천 원이라 붙여 있었습니다.

간단히 얘기해서 제육백반 1만 천 원이라는 것이지요.

고봉으로 나온 흑미밥과 11가지 반찬에 국밥.

한식뷔페에서는 이보다 반찬이 많아도 접시에 담아 오면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기보다는

허.겁.지.겁. 글자 하나하나가 별처럼 접시 위에서 빙글빙글 도는 것만 보이지요.

 

 

오이무침, 깻잎, 연근이 내 입맛에 잘 맞았고  코다리조림은 무가 덜 익었네요.

맛이 없거나 정성이 깃들지 않았다라기 보다는 백종원이 극찬했던 찌개가 아닌 게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인상 좋은 아주머니는 이젠 관록이 붙었는지 배식이 다 되자

테이블마다 돌며 여유 있게 부족한 걸 물어보며 반찬을 채워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의 다 먹어갈 무렵 '반찬 더 갖다 드려요' 묻길래 손사래를 치며

'(내가) 반찬 남기는 걸 싫어 해 다 비운 거요'하니 빙긋 웃습니다.

 

 

전에도 소개했던 오남저수지 가는 길입니다. 또 시골본가 정육식당을 소개하려는 것은 아니고

반찬에 얼마나 자신이 있으면 3인분 포장에 1만 8천 원이라는 <금지게식당>이라는 백반집이

오남 가구단지에  있다길래 일부러 광릉내 가까이 왕숙천에 내려 거꾸로 오남저수지로 향해 갔습니다.

왕숙천 지류인지라 좁은 개울가에 산책로 만들면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 하더라도

좁은 개천 바닥에서 산책하기엔 마음이 편칠 못해 걷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쑥은 이른 봄에나 어린 싹을 따나 했더니 아줌 3분이 짝을 지어 채취하다

개울섶 풀밭에 퍼질러 앉아 참을 드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습니다.

 

 

4-5명의 손님이 (자리를 빼았길세라) 나를 앞질러 식당 문으로 들어갑니다.

대놓고 잡숫는 단체 손님들이 많은지 몇몇 테이블은 미리 상 차려져 있고 혼밥에 대한 제한은 없었습니다.

 딸인듯한 젊은 여자분이 재빠르게 쟁반에 한 상 차려 갖다 주었습니다.

이게 6천 원이라고? 

오남 저수지는 왜 이런거야? ( 소문의 확인 https://fotomani.tistory.com/71037 )

 

 

왼쪽 위 반찬은 단단하면서 오래 씹으면 언젠가 먹어봤던 것인데 한참 생각이 안 나더니

옆 자리에서 오징어튀김 더 달래는 바람에 오징어 정체가 생각났습니다.

 4마리에 만 원하는 놈인데 생긴 게 멀쩡해  보여 불려서 튀김을 해 먹었더니 

통상해 먹는 오징어 튀김과 달리 딱딱하고 단 맛이 안나 다음엔 쳐다보지도 않던 오징어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강정처럼 튀김옷에 단 맛을 입히니 반주 안주로 그만입니다.

역시 재료 탓하는 건 셰프의 기본 소양이 아닙니다.

비주얼과 맛을 보니 반찬만 따로 포장해서 판다는 말이 실없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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