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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남도여행 마지막날 - 뭘 고로콤시 봐뿐다냐?

fotomani 2013. 8. 12. 07:53

얼핏 녹동항을 출발하여 금당도와 금일도를 거쳐 강진 조약도(약산도) 당목항으로 가는 여객선이

아침 일찍 있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뭐 대부분의 여객선 첫배 출항이 6시쯤이긴 하지만. 부랴부랴 짐을 챙겨 신녹동항으로 갑니다.

바로 곁에 있을 줄 알았던 신녹동항은 거리가 꽤 됩니다.

터미널 진입하는 육교 위로 해가 봉싯 솟아오르기 시작하고

부두에는 여객선 서너 대가 접안해있는데 표를 끊으려 터미널로 향하다 물어보니

곧 출발한다고 빨리 끊어오랍니다.

매표소로 가니 긴 줄... 표를 끊는 게 왜 이리 더딘 지,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은 울리고... 안되겠습니다.

염치 불구하고 앞자리로 껴들어가서 지금 배가 출발하는데 먼저 좀 끊을 수 없겠냐고 물으니

 배가 떠나쓸낀데하더니 핸드폰으로 선장께 연락을 하고 잠시 기다리게 만듭니다.

출발 뱃고동을 울리고도 그 큰 배가 날 위해 출발을 늦춰주다니 황송합니다.

빨리 뛰어오라 손짓하는 선원에게 꿈벅 절을 하고 배에 올라타 전망 좋은 선장실 갑판으로 올라갑니다.

둘러보니 80명 정원의 페리보트에 승객이 오로지 나 한 명. 14천원짜리 전세 여객선이 되겠습니다.

 

 (개천을 가로질러 놓인 고가도로 위로 아침해가 떠오르고

부드러운 아침 햇살는 어지럽고 삭막한 도시의 풍경을 그래도 볼만하게 감싸안습니다.)

 

(고가도로 아래 작은 포구)

 

(마숫거리를 빈 배로 할 순 없었겠지요. 어쨋거나 기다려줘서 감사합니다 )

 

바다는 온통 해무로 덮혔지만 황금빛으로 떠오르는 태양를 가리지는 못합니다.

싱그러운 바닷내음과 얼굴을 상쾌하게 때리는 바닷바람, 이번 여행의 엑스타시가 바로 지금인 것 같습니다.

차 유리창의 와이퍼처럼 지우면 곧바로 빗방울로 적셔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머릿속이 하얗게 지워지며 하늘로 날라 갈 것 같은 자유로움을 만끽합니다.

 

(낮에 볼 땐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는데...)

 

(빠른 물살에 배끼리 서로 부딪칠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안보이는데도 배는 목적지로 잘 찾아갑니다.)

 

 

 

(곳곳에 산재한 양식장들은 바다농장이라는 말에 한치도 어긋남이 없습니다.)

 

(20분 기다리는 동안 객실에서 충전도 하고 큰 대자로 누워 몸도 풀며 빈둥빈둥)

 

 

(갑자기 쏟아지는 비는 여행자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군요.

덥고 습해도 따스하고 건조한 방이 그리워집니다)

 

아래서 올려다보는 거금대교는 장관입니다.

그 밑에서 고기 잡는 어선들이 빠른 조류에 밀려 떠내려가는 듯 보입니다.

섬 일주코스로 알려져 있는 금당도는 싸인 안개 사이로 살며시 아름다운 바위를 보여줍니다.

항로는 온통 바다농장입니다. 곳곳에 쳐놓은 가두리 양식장과 미역 다시마 양식장들 사이로

여객선은 그 큰 몸집을 유연하게 비틀며 미끄러지듯 빠져나갑니다.

여객선은 너무 빨리 왔는지 금일도에 도착해서는 선장님이 여기서 20분 정도만 머물다 가자고 양해를 구하며

객실에서 TV나 보라며 일부러 내려가 켜줍니다.

나야 뭐, 혼자 타고 오는 것만 해도 황송한데 토달 필요 없지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선실 콘센트에 핸드폰, 카메라 배터리 충전기를 꽂습니다.

 

(당목항입니다.)

 

(항구 식당에서 이 정도 깔끔한 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한 겁니다.)

 

 

드디어 종착지인 조약도 당목항입니다. 여기는 제법 배 타려는 승객과 차량들이 있습니다.

꾸벅꾸벅 선장과 선원께 잘 타고 왔다고 인사를 하고 단 하나 있는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먹을 게 콩나물 해장국과 소머리국밥이 있습니다.

이 계절에 나는 반찬거리가 비슷한 지 식당마다 고구마 줄기, 멸치볶음, 도라지는 빠지지 않습니다.

자, 이젠 어디로 간다?

당목항이 있는 조약도와 고금도, 강진반도 남단 마량은 이제 연륙교로 연결 되었습니다.

일단 마량항까지 갔다가 해안도로를 따라 걷기로 합니다.

 

(마을버스 승객들은 거의 매일 보는 얼굴들 입니다.)

 

 

(차창으로 보이는 고금도 마을. 마음이 푸근해지는 한폭의 수채화입니다)

 

마량으로 향하는 19인승 버스는 총알택시입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차와 운전자가 한 몸이라도 된 듯

여행자는 아랑곳없이 빌빌거리는 승용차를 씽씽 추월하며 잘 달립니다.

버스 올라타는 승객이나 운전기사나 모두 이웃사람입니다.

숟가락 숫자까지는 몰라도 저 사람이 어느 할아버지 각시이고

어느 학생 패거리가 까불이 정도인지는 아는 것 같습니다.

고금도는 예전 이맘 때 왔을 때 파란 유자가 달린 농장이 가득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많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마량 수산물 센터 옥상에서 내려다 본 마량항입니다.)

 

(반도 최남단까지 내려온 4륜구동 벤츠 트럭과 이스즈 SUV)

 

(마량항이 잘 표현된 파출소 담벼락 벽화)

 

생선 비린내가 유난히 코를 찌르는 마량, 월요일 아침이라 한산합니다.

수산물센터 옥상에 올라가 성을 함락한 장수처럼 한번 휘둘러보고 내려옵니다.

마량면사무소를 찾아 예쁜여직원에게 지역안내도나 지도를 달랬더니

저 구석에서 그림지도를 하나 들고 나오며 포스트잇 메모지를 함께 줍니다.

기왕이면 볼펜도 하나 달랬더니 그 유명한 모나미 153 볼펜을 하나 건네주네요.

시간 있으면 커피나 한잔 사드릴 걸 그랬나?

그림지도라는 게 보긴 좋은 데 영 믿을만한 물건이 못 됩니다.

자랑하고 싶은 건 크고 멋있게 그리고 거리도 부정확합니다.

아쉬워서 파출소에 들릅니다. 지도를 찾으니 역시 없답니다. 고생하신다는 인사말과 함께.

 

(외양간 송아지도)

 

(이름 모를 꽃도 혼자 여행하면 모두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 놀기도 하고)

 

(꽃도 감상하며)

 

(강진 둘레길 마크입니다.)

 

 

(물이 빠지면 저 섬까지 걸어 갈 수 있겠지요.)

 

(가까이 있으면 고마움을 모르는 건 부모님과 공기 뿐만이 아닙니다.

 이렇게 국도로 올라오니 좋다라는 감탄사가 흘러 나옵니다.)

 

국도를 벗어나 경치 좋은 길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길로 들어섭니다.

낮은 방파제에는 강진둘레길이라는 도안이 그려져 있고

길가 담장 안으로 이름 모를 주황색 꽃이 매달려 수줍게 미소를 띠고 여행자를 반겨줍니다.

그러나 전국에 유행처럼 둘레길을 만들어선지 경치 좋은이란 수식어는 좀 오버했다는 느낌입니다.

물 빠지면 연결되는 바닷길에 산책 나온 왜가리 부부를 보며 국도로 올라갑니다.

그제서야 경치 좋은 길의 면모가 들어납니다.

버스를 타고 출렁다리가 있다는 가우도로 가렵니다.

버스를 기다리던 아줌마가 올 때가 벌써 지났다며 투덜대는 걸 보니

버스시간이 남대문 시장에서 파는 고무줄인 듯 하군요.

 

 

(물살이 빨라 어지럽습니다.)

 

 

(왼쪽 아주머니가 얼음물을 따라주고 계십니다.

바쁘기만한 도시생활과 달리 쫓기지 않는 여유로움이 부럽습니다)

 

출렁다리가 있다는 저두리에 내려 걸어가니

저 앞 정자에 아주머니들이 마루에서 편안한 자세로 쉬고 있습니다.

시골에선 아침 해가 뜨면 벌써 땡볕이 돼서 일하기 힘들지요.

인사를 하고 지나치니 바로 출렁다리가 보입니다.

사람이 있겠냐 싶었는데 나 같은 관광객들이 좀 보입니다.

철로 만든 현수교이긴 하지만 높이가 낮아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바닷물이 으스스 합니다.

출렁다리가 흔들려서 출렁다리가 아니라 내려다보면 출렁이는 것처럼 느껴서 출렁다리인 모양입니다.

셀카 몇장 찍고 카톡으로 날리니 머리가 1/3 정도만 나온 게 색다르답니다.

혼자 놀기를 마치고 아까 정자 쪽으로 걸어가니 아주머니 한분이 얼음물이나 한잔 마시고 가랍니다.

제가 좀 영계처럼 보이긴 하지요.

벌컥대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단숨에 들이켰더니 엄캉 목이 탔던 모양이라며 한 대접 더 권합니다.

달지요, 답니다.

 

이번에 버스가 정말 안 옵니다.

30분 넘게 기다리는데 시간표를 들고 온 아줌마가 얼마나 기다렸냐고 묻습니다.

뙤약볕 아래에서 아줌마 대신 30분씩이나 지켜봐준 것 같아 괜히 미워질라 랍니다.

버스에 올라타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반 이상입니다.

 

(어리숙해 보이는 머릿고기와 소머리국밥, 그러나 할머니의 인정이 느껴지는...)

 

(고기 질은 당목항보다 못하지만)

 

(깍두기가 맛이 있어 끝물로 갈수록 진국이 됩니다)

 

(얼굴이 빨갛게 익었습니다. 점심 때 깍두기를 너무 먹었나?)

 

(분명히 고속이라 씌였는데...)

 

(목포행 버스는 몇 군데 마을을 경유합니다. 세발낙지로 유명한 독천)

 

강진에 도착하니 1시가 넘었습니다.

식육식당에 들어가 또 다시 바쁘다는 핑계로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시장통 국밥집으로 들어갑니다.

소머리국밥, 돼지머리국밥, 뼈다귀해장국, 순대국밥, 내장국밥, 콩나물국밥...완존 모듬 국밥집입니다.

어차피 입이 호사하긴 기대난망,

아침에 먹은 소머리국밥과 비교해보려고 소머리국밥과 돼지머리고기 반접시만 시킵니다.

할머니가 잘못 알아들으셨는지 머리고기 한 접시를 가져옵니다.

반 접시 시켰는데 덜어 내시라 했더니 그냥 들랍니다.

그래도 우기니 1/3 정도 덜어내고 다시 갖다 줍니다.

머리고기에 새우젓 올려놓고 부추김치 올려놓고 먹고 있으니

앞자리 앉았던 아줌마가 그 꼴을 열심히 쳐다보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좀 들어 보실라요?’ 물으니 괜찮답니다. 제가 인기가 좀 있는가 보지요?

소머리국밥은 여기가 당목항보다 고기질이 좀 떨어지지만

거절당한 화를 풀며 거칠게 씹는 맛도 괜찮습니다.

 

(이 기사양반 엄캉 무뚝뚝해서 말 걸기도 힘듭니다.)

 

목포행 고속버스를 탑니다.

~? 이거 생기긴 고속버스처럼 생겼는데 일반도로를 달리는 시외버스입니다.

세발낙지로 유명한 독천마을도 들리고... 목포로 들어갑니다.

내 주제에 무슨 생선회냐 하면서도 연안여객선 터미널 쪽 종합수산시장 방향 버스에 올라탑니다.

이 기사분 얼마나 무뚝뚝한지 내 말을 지 발꼬락 사이 때만큼도 여기지 않습니다.

걸어서 돌아다녔더니 노숙자 꼴이 됐나?

 

 

 

(가설무대와 장터를 만들어 놓고 통행료 2처넌?)

 

 

 

포구엔 무슨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정박 중인 어선들 사이로 발로 젖는 고무보트가 떠다니고 간이무대에서는 노래자랑을 하느라 시끌벅적합니다.

이젠 식당에서 반겨주는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백반이라 써있어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앞에다 갈치조림 백반, 무슨 구이 백반 식으로 붙여놓고 또 2인분 이상입니다.

좋다. 그 옆집 짱뚱어탕. 찬송가를 입에 달고 일하시는 아줌마가 집 떠나면 개고생이지요?’ 합니다.

왔다 갔다 하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기분 맞춰준 게 뭔 죄여?

 고개 끄덕이며 맞장구쳐주는 아줌마께 식사의 불편을 일장 연설을 하고 밥을 먹습니다.

! !’

 

(여행에서 이렇게 끼니 때마다 먹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하지요.

그러나 한 귀퉁이에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라는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다시 터미널 근방에 봐두었던 겉으론 큼지막한 사우나로 들어갑니다.

들어가니 생각보다 작습니다.

탈피를 하고 있는데 평상에 누워있던 낫살이나 먹은 아자씨가 게슴추레한 눈으로 몸을 훑습니다.

나 이거야~~.

찬물폭포수로 머리부터 잔등까지 한참 마사지를 하고 나오니 관리인이 있습니다.

어째 그런 노미 다 있느냐야단을 치고 수면실로 올라가니 어두운 구석에서 또 그 눈동자가 반짝입니다.

날 샜다.

 

 

괜찮다는 사우나는 영암 F1 자동차 경기장 근방에 있으니

그곳까지 찾아가긴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차라리 저녁 때 그곳에서 짐을 풀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지금 와서 후회해봐야 부질 없지요.

터미널로 와 심야우등 표를 사니 10시 반 출발.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습니다.

하루 더 자고 목포에서 오전에 빈둥대려던 계획이 그 게슴추레한 눈동자 때문에 수포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에라이, 망가져버리자.

포장마차로 들어가 제일 간단한 안주로 닭똥집 하나 시키고

아줌마가 따라주는 술 한 잔에 울컥한 마음을 달랩니다.

 

 

 

나 홀로 여행을 무슨 대단한 목표를 가지고 떠난 것은 아닙니다.

그저 그럭저럭 혼자 가게 되었고

거기엔 혼자 무슨 재미로 가냐는 빈정거림에 대한 반발도 있었을 겁니다.

자는 거야 비비적대면 되겠지만 먹는 거야 예상을 했으나

남쪽바닷가에서 회 한 점 못 들지는 전혀 상상도 못했습니다.

여행을 하면 낯이 두꺼워진다는데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걸로 사정하긴 싫더군요.

그러나 회보다도 여행 중 생전 처음 보는 분들로부터 받은 따뜻한 말과 도움은

다른 여행에서는 겪지 못 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소소한 이야기들을 여행흐름에 맞춰

저와 같이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쓸려고 했으나 좀 진부했을 겁니다.

읽어주신 여러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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