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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은 낮걸이도 해볼만 합니다.

fotomani 2013. 8. 20. 11:35

! 그러지 말고 우리 민어 한번 먹으러 가자!”

전에는 노량진에서도 민어를 먹으려면

한 마리를 통째로 사서 먹어야 되기 때문에 손쉽게 접할 수 없었는데

요즘은 문어 다리 짤라파라~’식으로 필요한 만큼 팔기도 하니

부위별로 이것저것 먹을 게 아니라면 전보다는 많이 편리해진 겁니다.

 

 

제가 토요일에 오전 근무만 하니 초딩친구들은 제 시간에 맞춥니다.

맞춰줘서 좋긴 한데 이거 좀 불안합니다.

낮걸이에 기분이 좋아지면 누가 발동을 걸든 너그러운 마음이 되어

밤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아지니 말이지요.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넘어가는 육교는 뭉게구름과 63빌딩

그리고 아래 철길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전형적인 한여름 풍경입니다.

 

 

 

수산시장 횟감이야 거의 변함이 없지만 얼음에 재워진 민어와 연어가 유난히 많습니다.

전에 회를 떴다는 집으로 찾아가니 85일부터 무려 20일 간 휴가랍니다.

일 년에 한번뿐인 휴가라서 그렇다는데 아무래도 경기 탓 아닐까요?

한쪽에서 회를 뜨고 있는 동안 전복과 냉동 꽃게를 삽니다.

양념집 초입에서 실장님표 회간장하나, 왕새우튀김 한 접시를 사가지고 들어갑니다.

 

 

 

전에는 양념집 비용이 비교적 저렴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매운탕 끓이는 비용, 찜해주는 비용 등 서비스요금이 만만치 않아

그 값이면 일반 횟집에서 푸짐한 밑반찬에 먹겠다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매리트가 줄어드는 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먹을 날것을 직접 고른다는 원시적 욕구충족 또한 가볍게 볼만한 것은 아닙니다.

 

 

 

 

저 뒷방으로 가셨는데요.”

나 그 영감텡이들 하고 같이 온 거 아닌데~” ㅋ

완전히 비어있을 줄 알았던 방에는 그래도 몇 사람 손님이 있습니다.

종업원인 중국교포 아줌마가 능숙한 중국어로 해삼을 날로 가져와서 어떻게 먹느냐는 중국관광객에게

살짝 데쳐주겠다며 달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벽에 붙어있는 서비스요금표에는 한자와 일본어로 상세히 가격이 적혀있습니다.

그만큼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오는 모양입니다.

 

 

(낮술의 매력은 허리끈 풀고 질펀하게 앉아 널너얼하게 들 수 있다는 데 있지요.

더구나 그렇게 갈구하던 민어회가 있고 술 따라주는 친구가 있으니 당연히 입은 귀에 걸리게 마련이지요.)

 

  

 

전복회와 꽃게찜을 부탁하고 민어회를 풉니다.

우선 입구에서 산 새우튀김을 집어 듭니다. 머리를 잘라내고 튀긴 새우는 버릴 게 없게 손질되었습니다.

바싹한 꼬리까지 다 먹고 민어회를 먹어보지요.

그 주인장 덩치에 걸맞지 않게 살뜰하니 유비키’, ‘마츠카와’, 부레, 민어살 골고루 집어넣었습니다.

기왕이면 꼬리뼈 다짐도 있었으면... 심했나?

나 홀로 목포에 여행 가서 구경도 못했던 민어를 친구 덕분에 이제야 소원을 풀었습니다.

 

(함께 온 노부부. 매운탕을 시켜서 서로 그릇에 살점을 떠주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배가 불렀으니 동네에 가서 당구를 치자고 하니 이제 스을~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지난번 통닭튀김을 먹었던 청량리 근방에서 치잡니다.

민어가 뒷심을 내는지 맨 날 지던 당구가 방해구도 절묘하게 들어가고 맞기도 잘 맞습니다.

 

술먹는 이유야 만들기 나름입니다. 이겼다고 먹고 졌다고 먹고,

지난번 들렸던 순이네로 가니 자리가 꽉 찼고 그 옆 꼬꼬댁으로 가니 테이블 하나가 마침 납니다.

좀 더 유명한 집이다보니 젊은 사람도 꽤 있습니다.

 

 

 

 

가자미나 도루묵처럼 살이 담백한 생선은 졸임을 해야 제 맛이지요.

닭똥집이나 닭발도 튀김보다는 졸임이 더 맛있지만 살만 하겠습니까?

그저 시원한 맥주에 안주로 그냥 아삭 씹고 발라먹는 재미지요.

그러나 포만감을 주면서도 열량은 적은 음식이라 앞으로 뜰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하여간 그것도 시들해지니 또 한판 치잡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몰라서일까요?

요번엔 당구장을 바꿔서 치잡니다. 후로쿠신이 강림을 해야 한다나 어쩐다나?

청량리의 밤은 깊어가고 웬 정육점이 그리 많은 지 붉은 불빛은 현란하게 빛나고,

술 한 잔 입에 못 대는 친구도 사이다 2병에 콜라 하나로 과음하고...

 

 

 

(술집을 나오는데 아직도 날이 훤하게 밝으면 기분이 좋답니다. 

성님, 오늘 낮걸이 괜찮았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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