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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낙지

fotomani 2015. 5. 20. 10:06



매월 셋째주 금요일은 대학 동문들 모임입니다.

이번에도 원래 식당 메뉴가 아닌 우리들 특별 주문 메뉴로 자주 가는 집 <어라진>에서

모임을 갖습니다.

두툼한 회가 나온다고 했으나 그날 어황에 따라 메뉴가 확 바뀌어버릴 공산이 크기에

뽑기하듯이 오히려 기대가 됩니다.

이미 테이블에는 멍게, 해삼, 통영굴이 기본으로 깔아 놓았습니다.



굴 정말 엄청 큽니다.  다음 달에 통영으로 1박 2일 여행을 가는데 미리

먹는 연습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윗 테이블에서 보듯 요즘 해삼이 왜 이리 비싸졌지요?

멍게는 kg에 8천원까지 하는 곳도 있는데 해삼은 바닷물 들어간 비닐봉투에

두어 마리, 물들은 비닐봉투가 돋보기 구실을 해서 까보면 돈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허탈해지는 해삼입니다.


옛날처럼 빙초산 초고추장에 옷핀으로 찍어먹어야 제맛날 것 같은데 요즘은...

고급이 되어 맛없어진 게 초고추장뿐만이 아니라 어묵(덴뿌라)도 그런 것 같습니다.

뼈째 갈아 싸구려로 만든 옛날 어묵이 더 맛깔스러웠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간단히 배채우라고 맛배기 소면이 나옵니다. 

이집 사장님 우리 때문에 요리솜씨가 점점 느는 것 같습니다.



다리를 꿈틀거리며 우릴 쳐다보는 것 같은 눈까지 양념으로...

산낙지는 꿈틀거리는 다리의 빨판으로 목구멍에 달라붙어 뱉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해

간질간질하니 켁켁거리며 고생하는 때가 있습니다. 

잘라져도 오랫동안 꿈틀거리고 살기에 사람들은 낙지가 정력에 좋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비유도 섬뜩허니 참 거시기허네요.

하여튼 여기까지는 뭐 흔히 볼 수 있는 해산물들이로군요. 

그래도 오랫만에 바다냄새를 맡으니 그저 흐뭇합니다.



나오라는 회는 안나오고 요거이 멈네까? 멀건 탕국물이 덥썩 렌지 위로 올라갑니다.



이윽고 사장님이 오시더니 꿈틀거리는 커다란 낙지를 두마리씩 

설설 끓는 목욕탕 속으로 집어넣습니다. 기절이라도 시키시지?

아무리 수초도 안되어 뜨거운 것을 잊어버리는 하등동물이라도

뼈가 있는 척추동물(육지)은 뜨거운 물 속으로 들어가면 반사적으로 

가슴을 내밀고 등을 뒤로 제끼는 포즈가 됩니다. 

그럼 연체동물인 낙지가 끓는 물에 들어가면 어떤 포즈가 될까요?



아--  이런 모습이 되는군요.

보통 낙지탕을 낙지연포탕 혹은 연포탕이라 하는데 낙지가 끓는 물에 들어가면

연꽃처럼 다리가 펼쳐진다고 해서 연포탕이라 합니다. 

蓮(연)이야 그렇다쳐도 泡(포)에 대한 설명이 신통치 않으니 믿거나 말거납니다.

원래 연포탕(軟泡蕩)은 연한 두부를 넣고 끓이는 맑은 탕국을 말한답니다.

그러니 낙지 연포탕이라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낙지 값이 쭈꾸미 값을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래도

이렇게 커다란 산낙지를 두 마리씩이나...



팔팔 끓습니다.  한참 끓으면 살이 뻣뻣해지는데...



네에--  제 마음을 읽은듯이 끓자마자 건집니다.



연꽃처럼 펼쳐진 다리는 해체를 하고 머리는 다시 목욕탕 속으로



고추냉이장보다도 기름장에 찍어먹어야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맛이 더 살아납니다.

낙지는 타우린이라는 아미노산이 있어 감칠 맛이 난답니다.




이제 대가리를 꺼내 먹물 맛을 봐야 한 마리 다 먹었다 할 수 있겠지요?

다 먹고보니 이거 몬도가네가 따로 없습니다.

아니 TV에서는 해물탕에 산채로 집어넣어도 테이블에 앉아있는 예쁜 아가씨들이

손뼉을 치고 눈을 흘기면서, "어머--  맛있겠다아---" 침을 삼키면서 방송돼도 

하나도 거시기 하지 않던데...

낙지요리는 엽기적이 될 수밖에 없는데도 하나도 엽기적이지 않으니 그거 참---

음머어어---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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