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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먹고 닭발 내밀기

fotomani 2015. 5. 27. 11:02



경동시장 곁 청량리 재래시장에 통닭골목이 있습니다.  통닭 골목은 제가 임의로 붙인

이름이고, 통닭튀김과 식재료로써의 온전한 닭이나 부속물들을 파는 골목입니다.

언제부터 날닭을 팔다 아예 닭도 튀겨 팔게 되었는 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수원 통닭거리나 의정부시장 통닭집만큼이나 유명한 골목입니다.



그날도 제가 잘 가는 집으로 갔더니 빈 자리가 없습니다.  맞은 편 집으로 들어와

주문을 하고 나니  벽면에 오리백숙이라고 붙어 있는데 온전한 한 마리가 아니라 반 마리, 

심지어 1/4 마리까지 세분화 되어 있습니다.

곁에서 두 사람이 들어와 그걸로 안주하는데 꽤나 실합니다. '다음엔 저걸로 한다.'



친구의 당구 솜씨는 일취월장하는데 나는 밤낮 그 모양 그 꼴인 게

친구가 열심히 교회를 다닌 덕인 것 같습니다.  

"야 나도 내일부터 너희 교회 다녀야겠다."

 점심을 먹고 당구 스트레이트로 깨지고 나니 새참 격이라 어떻게 시킬까 망서리는데 

주인은 화끈하게 잔소리 말라는 듯이 세분이면 반 마리면 충분하답니다.

'아니기만 해봐라.'

싸우지 않게 탕국물도 각자 하나씩  떠다줍니다.



사족(四足) 오리인지 반 마리인데 다리가 둘입니다. 아니 하난 날개인가?



푹 고와서 살이 부드럽고 혹시나 했던 잡내는 나질 않습니다.

부들보들해서 술도 자알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오리고기에 대한 맹신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많이 먹어도 전혀 몸에 해롭지 않을 것처럼요. 그런게 어딨습니까?  과유불급.

심지어 오리고기가 동맥경화나 고혈압을 치료하고 성인병을 예방한다’ 쯤 가면

이건 병이요, 코메디입니다. 



마침 안주가 부실해지는 터에 서비스로 옆 테이블 통닭을 튀기면서 고구마튀김 

몇 조각 갖다 줍니다. 얇은 게 바삭하니 맛있습니다.  똥집은 질기니 닭발 하나 시켜?



튀겨 나온 닭발은 깨끗히 목욕재계하고 기름 속으로 잠수했는지 해맑갛게 보입니다.

제가 알콜 농도가 좀 된듯 하지요?

수호지 중 서가장에서 양상군자 그 뭐시긴가 하는 놈이 닭 잡아 먹고 오리발 내밀었다더니

누가 다그치는 것도 아닌데 마치 오리 먹고 닭발 내미는 격입니다.



발동은 이미 걸렸습니다. 버스 타러 가는 중간에 제가 다니던 홍낙지라는 식당이 있습니다.

골뱅이로 간단히 한잔하렸드니 벌써 바닥이 났습니다. '휴일엔 꼭 없더라--'

"사장님 저희가 이미 술이 좀 됐으니 해삼하구 멍게 조금만---"

( 만원의 행복-이쁜홍낙지 

http://blog.daum.net/_blog/hdn/ArticleContentsView.do?blogid=0DWnS&articleno=70375&looping=0&longOpen= )




날 이쁘게 봤는 지 이쁜 사장님이 해삼 내장을 좀 갖다줍니다.



장이 길긴 길군요.


우오리백숙 A27호  02-963-3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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