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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다리의 바닷길걷기 13-진해.주남.마산

fotomani 2014. 5. 27. 11:47

해안선이 단순했던 동해안 바닷길을 마감하는 부산을 정점으로 

남해안을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인지 혼란 속에 빠져 아직도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안선이 복잡하고 섬이 많아 계속 해안을 따라 걸을 것인지,

연속성은 떨어지더라도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걸을만하다고 알려진 해안도로를 걸을 것인지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시간은 흘러간 것이지요

그래서 지난주는 베이스캠프를 만들고 전진기지를 만들어 나가듯이 

진해를 중심으로 주남저수지 마산지역을 걸어보기로 하였습니다.



금요일 밤 11시 심야버스에 몸을 싣고 진해에 도착하니 3시 반

심야버스로 이동은 시간 절약을 해서 좋긴 하지만 버스를 내려 땅을 밟으면 현기증이 납니다

미리 지도에서 도착지점을 확인해보기는 했지만 

스마트폰 지도상에서 현재 위치가 엉뚱한 데로 나오니 더더욱 어지럽습니다

편의점에 들어가 커피를 한잔하며 정신을 가다듬습니다



내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걷는 진해거리는 마치 숲을 걷듯 짙은 나무 냄새가 느껴집니다

속천항 쪽으로 가니 밤새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이고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러 나온 사람들도 보입니다

해가 뜨지도 않은 이른 새벽에 이렇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날씨가 더워진 탓이겠지만 

어둠 속에서도 나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드는 건 덤이겠습니다.



이곳은 시내 곳곳에 '누비자'란 공영자전거 대여소를 마련해놓고 간단히 이용을 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서울에선 좀 힘들겠지요?





진해루는 콘크리트로 만든 건물입니다

경복궁과 태평로의 축을 맞추기 위해 박정희 시대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콘크리트 건물인 광화문이 해체되어 

일부가 서울 역사박물관 마당에 전시되어 있지만 이런 건축양식도 한 시대를 말해주는 역사인 만큼 

무조건 해체는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길은 해안을 따라 90도 각도로 꺾어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왼쪽으로는 에너지환경과학공원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해양레포츠 스쿨이 있는 소죽도 공원으로 들어갑니다

바닷쪽으로 깊숙이 뻗어있는 데크와 요트. 날이 밝으면 더 멋진 풍경이 되겠지요

길게 이어진 방파제 길로는 무엇이 바쁜지 스쿠터가 엔진소리도 요란하게 지나가고 

바다에는 수상가옥으로 쓰이는 듯한 커다란 멍텅구리배가 떠있습니다.




방파제길은 한화공장에 막혀 그대로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커다랗게 우회하여 진해항 제1부두와 만납니다

또 다시 이어지는 방파제에는 낚시꾼들의 텐트가 쳐져있고 

저 멀리 오페라하우스를 본뜬 식당이 작은 언덕 위로 보입니다.







행암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작은 철도 건널목이 있고 행암마을은 작은 포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접안돼있는 배들은 낚시꾼들을 위한 유선을 주로 하는 것 같고 

콘크리트 바닥에는 각종 어류와 인어까지 동화의 나라로 들어온 듯한 느낌입니다.




행암마을이 끝나고 오른 쪽으로 예비군 훈련장을 끼고 작은 언덕을 올라가는데

이번 여정 중 가장 걷기 좋았던 길이었습니다.



언덕 아래로는 STX조선소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데 고갯마루에서 능선을 따라난 길로 우회하여 

저곳까지 갑니다.



오래 된 소나무는 팔을 벌리고 나를 반겨주고



우회도로의 끝에는 합포마을이 내려다 보입니다.



저 건너편에 음지도 해양공원이 있고 우뚝 솟은 탑은 솔라타워로 태양광발전 건축물이랍니다.

물론 벽면에는 태양광 집전판이 부착되어 있겠지요.

저 섬 건너편이 그 유명한 삼포입니다.





버스 정류소 앞 낚시방에는 승객과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수다떨며 채소를 다듬고

"아저씨, 일하러 가요?"

배낭 메고 머리엔 두건까지 쓰고 있는데 웬 쌩뚱맞게.




합포로부터 진해로 들어가는 버스가 옵니다.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러시아풍 건축물 진해 우체국. 내부를 살펴 봤으면 했는데 출입금지.





위의 게시판이나 지하실 환기구 창살이 멋들어집니다. 돈 좀 들였다는 말씀이지요.



제황산 공원으로 올라가는 365계단과 모노레일.



비록 짧았지만 솔잎의 폭신함과 소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환상적인 산책로였습니다.






군함의 마스터를 본뜬 진해탑. 이른 시간이라 문은 굳게 닫혀있고



별 수 있나요? 아쉰대로 아래에서 시내를 내려다 볼 수밖에. 



STX조선소가 있는 수치마을에서 도다리 미역국으로 한끼 때우려 했더니 난색을 표합니다.

괜찮다고 씁쓸하게 웃으며 돌아섰지만, 

이곳 중앙시장에 오니 돼지머리가 눈에 불을 켜고 웃으며 나를 반겨줍니다.

짐승의 마음씀씀이가 사람보다 훨 낫습니다.



섞어국밥 차림. 5천원짜리 국밥에 누른 머릿고기까지?

이거 밥반찬이 아니라 술안줍니다. 그러나 참자. 꾸울꺽.



부추를 듬뿍 넣고, 새우젓는 국물은 빼고 새우만 듬뿍.



시민문화공간 'SINCE 1955 흑백' 

유택렬화백이 칼멘다방을 인수해 흑백으로 개명하여 1층에선 SP판으로 콘서트를 진행하고

2층에선 작품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생전의 이중섭, 윤이상, 김춘수 등 문인 예술가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고

현재 따님인 유경아씨에 의해 다시 흑백으로 간판을 올리게 되었다 합니다.



'진해의 봄 흑백다방에 앉아

가버린 시대의 흑백사진을 생각한다.

빛바랜 사진첩의 낡은 음계를 딛고

그 무렵의 바람같이 오는 길손

잠시 멍한 시간의 귀퉁이를 돌다

바람벽 해묵은 아픔으로 걸렸다가

빛과 색채와 음악이 함께 과거가 되는

그런 주술적 공간에 앉았노라면

시대를 헛돌려온 바람개비

아무 것도 떠나간 것이라곤 없구나....(김창근 흑백시대중)'


나도 그 시대의 길손을 맞아볼 양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떠나가지 않은 것을 음미해보려 했으나

그 길손은 이 길손이 마뜩치 않은지 문은 꼼짝도 하질 않았습니다.



1956년에 만들어진 간판(위)을 달고 있는 원해루와

일제 강점기에 초소로 쓰였다는 왼쪽 뒷편 팔각정.  




1926년부터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는 진해역.



몇가지 건축물을 더 보고  폐선로를 따라 걷고 싶었으나 사전 공부 부족으로 찾지 못하고

주남저수지로 가는 마이크로 버스를 탑니다.

텅텅 비었었는데 시계로 가니 웬걸. 승객중 내가 밑에서 3번째 정도로 나이가 어려져 버립니다.

할 수 있나요? 어르신네들을 위해 일어서야지요.







새들은 일출, 일몰 때 한번씩 군무를 하지요. 시간 선택을 잘못했습니다.

새들이 낮잠 자는 시간에 간 거지요.



마산으로 들어왔습니다. 새벽부터 뙤약볕 아래로 돌아다니니 걷는 게 힘든 게 아니라 지칩니다.

마산에 개업하는 친구에게 전화하니 일본어 수강 중이랍니다.

늙어서 공부 중이라니 존경스럽기까지 한데 1시간쯤 기다려야 한다니 무얼할까요?

부두구경이나 하렸더니 다시 전화가 옵니다. 만나자고.



시간은 3시가 조금 넘었나요? 벌써 밥을 먹냐고 핀잔을 주면서도 마산 어시장 건너편 

운지식당이란 곳으로 갑니다. 현지인이 잘 찾는 집이라나요? 좋지요.

두사람이 가니 밑반찬 중 멸치젓 나온 걸 보소. 딱 2점에 풋고추를 살포시 올려놓았습니다.

하긴 많이 줘도 못먹겠지만,  규모는 작아도 아줌마들 넷이서 서빙하고 설겆이도 

자동 세척기를 윙윙 돌리는 걸 보니 내공이 짐작됩니다. 



강원도 오징어와 달리 내장을 쏙 빼고 줍니다. 길이는 15센티 정도? 입 큰 사람은 한입에 그냥--

왜 내장을 빼었냐 물으니 흙같은 이물질이 있을까봐 그런답니다.

그냥 꿀꺽 삼키면 될텐데... 아! 아닙니다. 그 이물질이라는 품목에 혹시 낚시바늘이라도 껴있으면... 

아줌마 잘했쏘--



회 선도 좋습니다. 오른쪽 회는 아줌마 말로 '뼈도라치'라는 생선인데 질감이 탱탱합니다.



역시 고등어 선도 좋으니 껍질도 빳빳하게 익어 분리 잘되고 살이 보들합니다.




무학에서 나오는 '좋은데이'는 16도 입니다. 술도 못하능거시 이게 술이냐 물이지 하며

지 3잔에 나머지는 모두 나에게 안기더니 '한병 더 무글래?' 합니다. 거기서 끝을 냈는데

나중에 카톡 올라온 걸 보소--

"...오늘 점심에 덕은이가 마산에 깜짝 방문하여 놀란데다 점심 반주로 쐬주

두 병을 까버리는 바람에 더욱 놀랬다..."

'더 무글래'에 넘어갔다간 큰일날 뻔 했습니다.

이 친구 옛날 그대로 꼬장꼬장, 젊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마산의 숨어있는 맛을 제대로 보았습니다. 고맙데이-- '좋은데이' 였데이--  




광어 엄청 큽니다.




오늘 25km. 이거 걷는 방식을 어찌해야할 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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