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만들기 31

소머리 순댓국 혼자 먹기

순대는 소나 돼지 창자에 선지와 고기, 곡물, 채소 등을 넣고 익혀낸 음식입니다. 이북에서 즐겨 먹었고 피난민으로부터 전해 내려와 각종 순대로 분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원조를 따지는 게 의미가 없고 지방 특성에 따라 자기 취향대로 골라 먹으면 됩니다. 난 채소 위주 순대나 선지뿐인 암뽕순대보다는 선지와 재료가 골고루 들어간 순대를 좋아하는데 이런 순대는 토속, 토종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붙습니다. 인터넷을 보니 우체국쇼핑에서 취급하는 토종순대가 가격도 저렴해서 국내산 목살과 함께 주문했습니다. 포장을 뜯어 우선 급한 대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어보니 괜찮지만 내장은 아무리 손질을 잘해도 많이 먹으면 냄새가 나니 많이 먹는 건 권치 않습니다. 같이 주문한 목살은 내 취향이 아니네요. 돼지 머리 고기가 아..

먹기+만들기 2021.04.12

보름달 품은 계란찜

저염 명란은 냉장고 속에 오래 놓아두면 상합니다. 그렇다고 냉동실 만년설 속에 방치해 둘 수 없지요. AI와 설로 계란값이 뛰었답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나 마찬가지로 연(年)걸이 행사지요. 빨리 먹고 새로 한판 사야겠습니다. 그래서 빨리 없애야 할 두 가지 재료로 계란찜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명란 껍질을 제거해도 좋고 그냥 써도 됩니다. 믹서에 명란 두 줄, 달걀 6개 넣고 섞습니다. 그리고? 쪄야지요. 간단합니다. 저염이라 소금이나 다시다 조금 넣어 간을 맞춥니다. 그런데 쑥갓이나 파는 어디로 갔어? 일식집 계란찜처럼 부드럽게 하려면 다시마물을 넣어 점도를 낮춰야 하겠지만 귀차니즘으로 그냥 했습니다. 물 대신 우유나 생크림을 넣으면 어찌 될까요? 쑥갓 대신 데꼬로 날계란을 하나 빠뜨렸더니 달을 품은 ..

먹기+만들기 2021.01.27

삐딱이의 완탕면

전에 완탕(훈둔)에 대한 얘기를 2편 올렸습니다. 북극진동인지 운우진탕인지 머리 꼭대기에서 흔들어대니 매서운 추위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입니다. 이럴 때 뜨끈한 보들보들 완탕의 하늘하늘한 식감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완탕은 만두소가 비칠 정도의 얇은 피로 싸 만든 만두로 만든 맑은 국을 말합니다. http://blog.daum.net/fotomani/70691 http://blog.daum.net/fotomani/70540 그렇게 섹시해도 돼? - 18번완당 부산에 갈 때면 꼭 위시리스트에 오르던 , 그러나 막상 가면 회, 불고기, 밀면 족발, 꼼장어 등에 밀려 입맛만 다시고 다시 상경하곤 했던 완탕이 서울에 분점을 냈습니다. 그것도 대학로에 출퇴� blog.daum.net 속풀이 완탕의 추억 지난 번 중랑..

먹기+만들기 2021.01.11

사랑은 모자란 게 좋다- 갈치

통영으로 내려간 친구가 있습니다. 경치 좋고 공기 좋고 먹거리 풍성한 곳으로 갔다니 부럽습니다. 나도 10여 년 전 서울 정리하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작은 진료소 겸 주택 하나 짓고 노후를 보내려던 꿈을 가졌던 때가 있었으니 더욱 그렇지요. 얼마 전 전화가 왔습니다. "너 하루치가 뭔지 알아?" 하루에 얼마 버느냐는 말이 아니고 금방 잡은 갈친데 4 지랍니다. 4 지는 검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폭을 가진 갈치를 말합니다. 얘기야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은갈치라고 해야 한두 마리, 아니면 먹갈치지 내가 언제 은갈치 짝으로 살 생각이나 했나요? 친구 덕에 한번 호강해 보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로 배송 왔습니다. 그 많은 갈치 날로 둘 수가 없어 몇 마리 나눠주고 부랴부랴 지느러미 자르고 내장과 속껍질 제거하..

먹기+만들기 2020.10.30

선무당 오리 잡다

전에 계양산 둘레길을 돌고 문래동 에서 오감탕(오리감자탕)을 먹으며 위 왼쪽처럼 연분홍, 녹, 흰, 오리불고기 색감에 매료되어 저거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 했습니다. 정육점에서 닭가슴살처럼 살만 발라 팔기도 하지만 왠지 남은 뼈다귀와 부스러기로 오리탕도 한번 만들어 먹어보려고 한 마리 사서 해체했습니다. 이거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오른 쪽 위처럼 두 번 해먹을 양이 나왔습니다. 먼저 실부추무침을 만듭니다. 뭐 별 거 없지요. 부추, 양파, 고춧가루, 설탕, 참기름, 깨, 식초 굽는 방법까지 설명할 필요 없을 겁니다. 그저 본능을 따라가면 됩니다. 오리고기의 연분홍은 먹을 때까지 가는 게 아니더군요. 시각적 쾌감이 꼭 맛의 쾌감이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리불고기가 인기메뉴라면 제 방법이 틀린 걸 겁니다. ..

먹기+만들기 2020.09.10

그래 이 밤 빗소리에 취해보자 - 해물안주

본격적인 장마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우산을 들고 걷는 것도 좋겠지만 왠지 나이 들어 구질어 보이는 것 같아 눈치 보입니다. 그냥 집에서 뭉개보지요. 온몸이 끈끈하니 티셔츠가 젖은 낙엽처럼 몸에 들러붙는 이럴 때는 이열치열이라고 찬 음식보다 오히려 따뜻한 음식도 괜찮습니다. 장마철 온돌방에 장작불 지펴 뽀송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아주 간단하게 계란탕 먹으려면 끓는 물에 계란 풀어 넣고 소금으로 간하고 대파 송송 썰어 넣어 후추 뿌려 먹으면 끝입니다. 그래도 요리처럼 보이려면 냉장고 청소해주면 됩니다. 뭐가 들어 갔나요? 양파, 당근, 방울토마토, 런천미트, 대파 길게 썰어 팬에 기름 두르고 볶으며 굴소스로 간을 합니다. 어떻게 이런 모양으로 되었을까요? 위 프라이팬에 물을 붓고 끓이며 전분 푼 ..

먹기+만들기 2020.06.29

컵라면으로 나왔대요 -옥수수탕면

지난 번 옥수수온면 대신 우육탕면 먹었던 얘기를 했습니다. 양꼬치집에 저녁에 가서 온면만 달랑 먹고오긴 그렇고 양꼬치를 먹자니 그건 별로고. 그래서 만들어 먹어보려고 합니다. 옥수수면은 당면, 파스타와 물성이 비슷해서 미리 물에 담가 불릴 필요가 있습니다. 파스타는 물론 아니지요. 미리 고추기름을 만듭니다. 기름 온도를 높혀 고추가루에 부으면 끓어오르며 고추기름과 고명으로 올릴 고추양념이 됩니다. 돼지고기도 미리 볶는데, 연변에서는 김치볶음을 올리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익은 김치가 없어 패스. 육수야 있는 거로 만들면 됩니다. 기름 두른 팬에 대파, 마늘, 생강 넣고 볶으며 길게 채썬 야채를 넣고 고추가루와 육수 아니면 그냥 물을 넣고 굴소스로 간을 맞춥니다. 면은 파스타처럼 찰기가 있어 쉽게 불지 않습..

먹기+만들기 2020.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