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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닭이 나르샤 백가댓길(百家大吉)이시니

지난 월요일(20/09/21) 새벽 4시경 추석을 앞둔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기사에 따라 청과물시장 냉장창고로부터 발화했다기도 하고 혹은 통닭집으로부터 불이 났다고도 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경기도 안 좋은데 엎친데 덮친 격입니다. 청량리시장은 내가 잘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하필이면 불난 곳이 통닭골목입니다. 통닭골목으로 유명한 곳으로는 수원, 의정부 제일시장이 있지만 이곳에도 통닭과 오리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 몰려 있습니다. 친구에게 화재 소식을 알려주니 첫마디가 '아이고 닭날개 똥집은 이제 다 먹었네'입니다. 남들이 두 손으로 닭다리를 맛있게 비틀어 뜯어 내는 걸 보고 나도 야스럽게 먹어보고 싶어 아무 생각 없이 '프라이드(튀긴 닭)'했다가 해체된 닭이 나온 걸 보고 '아 ..

먹기 2020.09.23

추억을 먹는 설렁탕- 느티나무설렁탕

온갖 쓰레기들이 싸질러놓은 똥 무더기에 치어 이번 주말(8월 22일)은 시내도 조용합니다. 아침에 볼 일을 보고 동대문역사공원역에서 환승하려니 새벽부터 설친 탓에 허기집니다. 출구가 국립의료원 쪽이 가까우면 선지해장국집, 한양공고 쪽이 가까우면 설렁탕집을 마음속으로 정하고 나가니 설렁탕입니다. 집으로 향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는 패션몰에 깔려 허우적대는 기와집으로 들어가니 홀은 상상 외로 현대적입니다. 사실 설렁탕은 80년 대 이후론 내 맘에 드는 곳을 찾지 못해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보 9000, 특은 1자가 흐릿하게 비치는 화이트 칠 위에 갑자기 14000입니다. 머피의 법칙에 빠질까봐 '특; 대신 '보'로 주문합니다. 국물은 상당히 짙은데 내가 원하는 설렁탕이라기보다..

먹기 2020.08.25

콜혼술/콜혼밥- 차돌박이

잡혀가나 했던 코로나가 반사회적 사이비 종교인과 무책임한 선동자들 때문에 제2차 팬데믹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또 다시 모임자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겠습니다. 이런 걸 코로나 때문에 혼자 먹기 마시기인 콜혼밥, 콜혼술이라고 해야 할까요? 안타깝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지고 극복해나가야겠습니다. 정육점 쇼케이스에 '차돌박이 1근 2만원'이라 적혀 있습니다. 음식점에서 150g에 00,000원이 눈에 익은 나에게는 휘둥그레해 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네 다른 정육점으로 가보니 대략 600g 정도를 한겹씩 잘 떨어지도록 랩을 덮어 냉동 포장해 팔고 있는데 그보다도 더 쌉니다. 그래서 하나 사다 구워먹습니다. 이것만 먹어도 다른 반찬 생각 ..

먹기 2020.08.19

비 오는 날엔 국물

지하철 화장실 벽에 서서 누가 쎈 소리 내나 경쟁하듯 빗줄기들이 내리 꽂힙니다. 장병에 효자 없다더니 길고 긴 장마비를 견뎌내는 주택이 없습니다. 옥상은 올봄에 부실한 곳 보수를 해서 끄덕 없는데, 뽀송뽀송하던 지하실 바닥도 눅진해지고 창문 틀에선 벽을 타고 빗물이 흘러 들어 옵니다. 우울한 여름입니다. 습한 공기는 온탕에서 올라오는 더운 증기처럼 온몸을 진득하니 감아 버리고 기분 또한 칙칙하니 가라앉아 버립니다. 메밀온면이나 해먹고 기분 전환이나 해볼까나? 기성 제품 육수 다시팩을 넣어 끓입니다. 좀 싱거운 듯하여 국간장, 멸치액젓을 가미합니다. 한쪽에선 고명으로 쓸 김치볶음을 신김치와 다진 고기로 만듭니다. 먹을 때 국물에 풀어지면 싱거워지니 간을 좀 세게합니다. 삶은 메밀면을 넣고 수란, 그 위에 ..

먹기 2020.08.11

여름에 막국수 괜찮지요- 성천막국수

막국수로 빠지지 않는다는 답십리 입니다. 6시 조금 지난 시각인데 나이 드신 손님들로 벌써 꽉 찹니다. 기대 많이 됩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맛배기 제육이 함께 나오는 비빔 정식을 시킵니다. 이집 짠지 먹는 룰이 따로 있습니다. 먼저 짠지 접시에 식초를 반바퀴 돌리고 다대기와 겨자를 올린 후 비벼서 먹어야 한답니다. 제육과 함께 먹으니 조화가 잘되는군요. 그렇게 하니 맛은 다르지만 옥천냉면의 짠지가 연상되는 맛입니다. 들깨기름 위에 면과 비빔장 그게 끝입니다. 너무 달랑이라 먹다남은 제육 한 점과 짠지를 올리니 그나마 집나갔던 누렁이가 돌아온 느낌입니다. 이건 내가 잘 가던 덕성여대 앞 ㅊㅊ막국수집으로 면맛이 좋아 항상 물막국수만 시킵니다. 얼마 전 어느 더운 날 물막국수를 시켰는데 면 맛도 옛날 같지..

먹기 2020.07.17

길거리 해물포차- 청량리수산시장

밖에서 먹는 즐거움은 어디서 올까요? 맛? 가격? 서비스? 맛집 블로거나 유튜버들의 게시물을 보면 가성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맛도 좋고 가격도 싸다는 것인데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것은 맛이나 가격이나 기준이 상대적이라는데 있습니다. 요즘 초장집 풍경은 옛날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어물전에서 생선을 사고 심하면 회 뜨는 곳에서 따로 회를 떠가지고 초장집으로 가면 1인당 상차림비, 조리비 등 떼고나면 초장집에서 먹으나 횟집에서 먹으나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찾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요. 느낌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경동시장 부근 청량리 수산시장은 종로에 있을 땐 가끔 들르던 곳인데, 주로 아침에 가 해산물만 사들고 와서 그런 초장집이 있으리라곤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깜짝..

먹기 2020.07.08

연신내 먹거리광장- 옛날국밥&갈비한판

어느 산자락에나 하산후 뒷풀이 장소는 있게 마련입니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도봉산역 앞 광장이겠지요. 그러나 크진 않지만 연신내 연서시장내 먹거리 광장도 이색적인 곳 중 하나입니다. 건물 한가운데 커다란 홀에 포장마차가 격자형으로 늘어서 있다 보면 됩니다. 마치 광장시장을 실내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지요. 배가 불러도 저기 앉아 막걸리 한잔 걸치고 싶은 마음이 솟는 곳입니다. 그런데 얼핏 스쳐지나가며 어디선가 본듯한 낯익은 간판이 눈에 띕니다. , 어어? 저거 능곡시장에서 본 간판과 똑같은 이름에 똑같은 글자꼴인데??? 들어가 갈비한판을 시키니 차림새가 아래 사진 능곡 옛날국밥과 일란성 쌍동이 입니다. 능곡 그 집은 한강변을 거쳐 행주산성 능곡시장으로 가 돼지갈비에 한잔 걸치고 오던 집인데 여기서 만..

먹기 2020.06.26

젊은이의 맛- 쌍리단길

통상 'X리단길'은 이태원 육군중앙경리단 부근에 젊은 감성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전국 유사하게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을 일컽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은 청년이나 소상인에 의해 거리가 활성화 되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엄청나게 올리거나 그 보다 더 큰 자본에 의해 활성화 주체가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떠 올라 나에게는 별로 즐거운 느낌을 갖게 하질 않습니다. 동네 부근에 맛있는 짬뽕이 없을까 찾던 중 쌍문역 부근에 그런 중국집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위치가 이라네요. 나도 '젊음'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일까요? 그런 거리가 그곳에 있다구? 내가 알기론 그냥 그저 그런 동네였는데? 궁금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흔히 보는 노후한 주택가에 깔끔한 가게가 몇 군데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음식에 마음을 담다'? 카피가..

먹기 2020.06.16

백반집 - 뚱이네

우리가 끌리는 백반집은 어떤 곳일까요? 백반집이라는 곳이 대개 허름한 곳에 위치해서 겉 보고 들어 가긴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기대치 않게 만족스러웠다면 겉 모습 정도야 눈감아 줄 수도 있는 문제지요. 또 의정부 제일시장이냐? 맞습니다. 제가 걷는 코스 종점이기도 하고 규모나 다양성에서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생선가게 생선이 싱싱하다면 딴소리 할 필요 없지요. 새벽에 나와 걷고난 후 사우나에서 몸을 씻고 안마의자에서 몸을 풀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허기때문에 오래 뭉개려 해도 머물지 못합니다. 휴일 아침 일찍이면 음식점 문 여는 곳이 드뭅니다. 그럴 때 이용하는 곳이 백반집입니다. 백반집이야 손님의 반 정도는 시장 사람들 상대로 일찍 여니 배곯 일이야 없지요. 예전에 반찬 가짓수가 많은 ..

먹기 2020.06.10

허탕치고 삐지고-명월집

인천역 바로 곁에 있는 북성포구는 60년대 청계천처럼 한쪽은 방파제에 다른 한쪽은 포구 개펄에 지게 다리를 걸치듯 서있는 횟집들이 늘어서 있어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배가 들어오면 배 위에 파시가 열리는 곳인데 한쪽에 간척사업으로 포구를 메꾸고 있어 앞으로 그 모습을 보기 힘들게 됩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아쉬움이 많습니다. 깨끗하고 번듯한 것만이 '디좌인'과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아닐텐데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눈에 담아두기 위해 갔는데 이미 횟집들은 다 철거됐고 파시는 한참 뒤에나 열릴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집니다. 아침 먹을 일밖에 없습니다. 다시 인천역으로 나와 신포동 백반 명월집을 찾아 가는데 인천역 옥외 화장실 표지판이 얼핏 눈길을 끕니다. 어~ 그래? 그럼 다른 ..

먹기 2020.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