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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해물찜이 무서워요--

fotomani 2015. 4. 3. 08:12




고등 모임이 또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세미나 갔다가 근처에서 식사하곤 한다는

총각 회원의 추천으로 강변역 근방 <강남동태아구찜탕>이란 다소 긴 이름의

음식점으로 정했습니다. 분당에 사는 친구들은 손사래 치지만

바로 엎드리면 코 닿는 곳에 사는 친구도 있어 그 친구들은 흐뭇한 표정입니다.


저도 좀 뜨악했는데, 서울에서 아구찜이라는 걸 쉽게 접하지 못하던 오래 전에(80년대 초)

신사동에서 먹은 아구찜이 너무 매워, 안주는 건드려보지도 못해서 술에 취해버린

즐겁지 못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모처럼 총각이 주선한다는데

대놓고 거절하지는 못하고 투표에 부쳐놓고 은근히 반대표가 많이 나오길

기대했으나 찬성 쪽으로 의견이 모여집니다.


제가 동해안 걷기하느라 강변역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고 시외버스 타곤 했는데 

의외로 강변역 근방에 먹을 만한 곳이 많지 않습니다. 어차피 모이는 거, 

그런 때를 대비해서 한 군데 알아두자는 뜻에서 군소리 하지 않기로 합니다.

 

식당에 도착하니 유리창 너머로 벌써 4사람이 모여 희희덕 거리고 있습니다.



깔끔한 총각이라 고르는 집도 깔끔합니다.  아침에 세수하고 화장하는 시간이

꽤 길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총각입니다.

 


가끔 드른다고 입가심 맥주 안주로 땅콩을 가져온 모양입니다.



"우선 해물찜 해물탕 대자로 하나씩, 그리고 낙지 탕탕이 테이블에 하나씩."

탕탕이는 거리가 멀어 불만인 친구들을 달래줄 안주로 특별히 부탁한 겁니다.



열심히 두들겨 대서 목구멍으로 넘기긴 쉽겠지만 이거 씹는 맛이나 있을런지...

탕탕이는 씹히는 맛보다 목구멍을 흡반으로 꼬물꼬물 빨아주는 재미가 괜찮은 건데...

주방장의 경로심이 대단해서 애늘그니들 사래 들지 않도록 특별히 배려한 모양입니다. 

역시 전공 아닌 건 함부로 주문하면 안됩니다.



이 집은 탕보다는 찜을 더 잘하는 듯 합니다.  먼저 얘기한 바와 같이 콩나물 범벅찜에

두려움이 있어 젓가락이 손쉽게 가질 않는데 건데기가 푸짐한 게 

맘씨 좋은 아줌마처럼 시각적으론 상당히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살짝 게다리와 오징어를 건져 먹었더니 약간 맵긴하지만 칼칼하게 매운게 아니고

달싸하게 맵습니다.  용기를 내어 콩나물도 집어 먹습니다.



홍합은 나중에 따로 갖다주더군요. 소라가 커다란 게 들어간 모양입니다. 생각보다

골라 먹는 재미도 좋고 콩나물도 많아 이번에 찜에 대한 불안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오늘은 매운 안주 기피증 때문에 깡술로 취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생굴도 한 접시.



배가 웬만큼 찼습니다. 그래도 밥 들어가는 배는 따로 있는지...



깨끗히 다 비웠습니다. 여기에 물 조금 부어 긁어 먹어도 맛있는데...




전쟁터. 후식으로 나온 콜라비가 맛있다고 통째로 달래서 깍아 먹고... 


매운 음식에 데인 또 하나의 추억으로 영등포 먹자골목 낙지볶음집에 줄을 길게 

늘어선 것을 보고 덩달아 줄을 섰더니, 저녁 때 빌려 쓰는 앞의 중국집으로 가랍니다.

테이블마다 패트병이 놓인 것을 보고 의아스럽게 생각했는데 낙지를 한점 먹으니

그 이유를 담박 알게 되더군요. 캡사이신인지  월남 고추인지...

더 이상 엄두를 못내고 옆 테이블에서 그 매운 낙지를 물과 함께 한 접시 다 먹고

남은 국물에 밥까지 비벼 싹싹 먹는 걸 경이롭게 한참 구경하다 나온 적이 있는데

오늘 그 꼴을 당하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2차는 무슨..  꼼지락거리기 싫은데 여기서 그냥 병맥주로 한잔 더 하고 가지?



그래도 아직은 자신있게 내가 먼저 해물찜 먹으러 가잔 소린 못하겠지만

최소한 개 끌려가듯 가진 않을 것 같습니다.

<강남동태아구찜탕.  02-455-0049>


닥다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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