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먹기 126

입만 가지고 와-진호횟집

지난주에는 인왕산 둘레길 초소 책방(도서관)을 들렀습니다. 1-2년 전만 해도 초소가 있어 둘레길 간간히 초병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젠 건물 사람 모두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멋진 북카페가 들어섰습니다. 초소의 뼈대는 살리고 밝고 멋들어지게 설계를 해 휴식 공간을 만들어 놓아 얼결에 커피 한잔 사들고 테라스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호사했습니다. 안산 벚꽃은 끝물로 간간히 보이고 인공폭포 뒤 허브 정원을 튤립으로 화사하게 가꾸어 놓았습니다. 원예 기술이 발달해 새로운 종이 나오는지 흔히 보지 못하던 색깔 튤립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안산 자락길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녹음이 우거졌을 때 잘 보이지 않던 서대문 독립공원과 경비대 막사가 어린잎 사이로 훤히 내려다 보입니다. 메타세퀘이어에 둘러싸인 숲 속 무..

걷기+먹기 2021.04.19

제주3-여행은 얼결에-우진해장국, 고창식당

어제 에서도 명화가 걸려있었는데 숙박업소에 걸맞지 않은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모텔이 아니고 로 격상돼서 그러나? 아직 잠이 덜 깨 비몽사몽 멍청한 모습입니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허애지면서 얼굴색이 파스텔 톤으로 변하고 눈이 초점을 잡지 못하고 흐리멍텅, 눈의 윤곽이 또렷하지 못하고 부은 것처럼 눈꺼풀이 맑애지며 경계가 불분명해집니다. 물론 동작 또한 절도 없이 주춤거리게 되지요. 거울 속의 내 모습이 꼭 그렇습니다. 보기싫다! 빨리 내려! 후배가 노래부르던 입니다. 벽시계가 6시 반인데 벌써 손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남들 일하는 월요일 새벽에 이렇게 해장국집에 앉아 있으니 좋네요. 오후에 일을 해야하니 반주 못하는 게 원망스럽습니다. 서로 다른 걸 시키려다 하도 고사리 해장국을 권해 그걸로 통일합니다...

걷기+먹기 2021.04.06

제주2-배 터지는 날-산지해장국,흑돈퍼주는집

엊저녁 '(**스테이) 호텔'에서 자고 오늘 일정을 시작합니다. 제주 숙박시설은 모두 스테이 호텔로 바뀐 듯합니다. 현무암으로 된 돌담과 벚꽃이 잘 어우러집니다. 여기 오는 바람에 우리 동네 벚꽃은 보지도 못했네요. 유명하다는 집입니다. 제주에는 해장국집이 엄청 많고 종류도 많아 푸짐하게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 아침 결에는 오픈 시간을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가격 차이가 없는 해장국과 내장탕이 어떻게 다르냐 물으니 잘 모른답니다. 답답한 지 옆 테이블 손님이 실물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뻘건 국물 속에 잠긴 건더기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때깔 좋은 된장과 김치, 그리고 펄펄 끓여 나오는 내장탕. 아~~ 이거 내가 먹어본 중 최곱니다. 앞으로 해장국 8천 원이라면 이거 생..

걷기+먹기 2021.04.01

제주1- 제주의 비 오는 밤-청운식당, 싱싱회센터

제길, 트러플이 아니라 트리플입니다. 인생에 거지 같은 일이 지난주에는 세건이나 있었지요. 늙을수록 다른 사람에게 더 관대해지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아직도 고깝게 느껴지고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기니 죽을 때 돼서라도 사람 비슷하게 된다면 그것만이라도 다행스런 일입니다. 후배는 산 좋아하고 마라톤 좋아하고 술 좋아합니다. 워낙 기량 차이가 많이 나니 내가 쫓아간다면 뱁새 꼴이 될 터이니 감히 엄두도 못 냅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몰캉몰캉 소프트 해지며 같이 가잤는데 이번엔 코로나로 찜질방에도 못 가니 형이랑 가면 '호텔'로 잡겠답니다. 전 주에 술 먹다 그 소리가 튀어나와 뭐에 홀렸는지 덜렁 '그러자' 했습니다. 오후에 일정이 잡혀 어슬렁거리다 남대문 시장 으로 향합니다. 주인장 모자가 그럴듯합..

걷기+먹기 2021.03.30

이건 실비집 안주입니다.-전라도맛집밥상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계절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소 이른 듯 하지만 봄을 맞으러 남산으로 갑니다. 아직 쌀쌀 하나 봄은 살그머니 우리 곁으로 다가와 싹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봄은 천의 얼굴을 가지고 다가옵니다. 일사불란하게 동시에 오는 게 아니라 준비되는 대로 시기심 없이 약하지만 강인하게 다소곳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한양도성도 겨울 옷을 벗어던지고 봄 이슬에 젖어 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김포 친구가 한양에 입성하는 날이라 당구 한 판 치고 종로 2가 이라는 곳에서 술 한잔하기로 했습니다. 해물 세트메뉴와 해물 문어 찜, 민어 요리 등 오밀조밀 꾼들 입맛을 끌 만한 안주를 내고 있습니다. 친구는 벽면을 보더니 '으악' 소리를 지릅니다. 저렴하고도 푸짐한 안주 있는 곳을 왜 이제야 갈켜주냐는 ..

걷기+먹기 2021.03.17

在爲他山-노고산

70년대 초만 하더라도 북서쪽 서울 시내버스 종점으로는 박석고개가 가장 멀었습니다. 아마 기자촌이 69년에 생기면서 그 초입인 박석고개가 종점이 되었으리라 짐작됩니다. 전국에 노고산은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양주 노고산은 예비군 훈련장으로 유명하지요. 노고산은 자신을 뽐내기보다 남을 배려하는 겸손한 산입니다. 이렇게 노고산에서 북한산을 바라보니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입니다.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 그 속에 티끌 하나가 되려 하지만 너무도 모자랍니다. 더욱 수구려야지요. 커다란 스크린에 그 흔한 전기줄 하나 없이 눈높이에서 장엄하게 펼쳐진 그림지도. 어디에 이만한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정상 표지석은 2-30 미터 위쪽에 있는 군부대 때문에 여기 헬기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올라오며 백팩킹하고 내려오..

걷기+먹기 2021.03.03

공짜로 먹는 건 없다

지난주에 창릉천 걷고 이번 주 공릉천입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공릉동이 아니라 파주 삼릉 중 하나인 예종의 비 장순 황후의 능 이름입니다. 하천이 길어 지역에 따라 방천, 봉일천 등으로 불립니다. 하천에 접한 도로가 예부터 의주와 통하는 직통 코스라 4열 횡대짜리 대전차 방어선이 두 줄로 배열돼 와이드 스크린에 펼쳐진 영화 장면 같습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가 절로 머리에 떠오릅니다. 큰 잔디밭에서 몇개 조로 나뉘어 게이트볼에 여념 없습니다. 노인네 들만 하는 것으로 치부했는데 나만큼 젊은 분도 많으니 내가 합류할 날도 머지않았는가요? 이제 날도 풀려서 자전거 바이크, 오토바이 바이크 타기 좋은 날씨입니다. 바람을 가르며 곁을 지나는 자전거, 속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분위기 때문인지 훨씬 덜 추워 ..

걷기+먹기 2021.02.23

기승전, 억지먹- 소뼈해장국

초여름 햇볕에 더위 먹고 걸었던 창릉천, 벌써 2년 반이나 지났네요. 나이 들면 세월 지나는 것도 못 느끼는 것일까요? 올해도 벌써 달력 첫 장을 떼어버렸습니다. 물에 드리운 나뭇가지도 흑백의 수묵화에 푸르름을 더하려 하고 있습니다. 아직 겨울이 다 지나지 않았건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봄이 자리를 차지한 게 틀림없습니다. 북한산에서 발원한 창릉천은 근교 하천으로는 긴 편이 아닙니다. 그러나 산에서부터 비옥한 농경지를 흐르며 토사를 바닥에 긁어모아 갈대를 비롯한 초목류가 촘촘히 자라 새들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뚝방 아래 우레탄 야외 조각을 제작하는 공장 마당에 새마을 운동과 관련된 동상이 보입니다. 이외 이승만 동상과 이름 모를 외국인 동상이 현대 조각들과 섞여 있습니다. 잘 자란 새싹채소 같은데 ..

걷기+먹기 2021.02.17

으음? 소머리국밥 맞네~ - 영대국밥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하지만 집이 오래되어 비가 새기도 하고 곳곳에 묵은 때가 끼어 '싹 팔아 버리고 근교 깨끗한 아파트로 가봐' 하다가도 내 모습을 보는 듯해서 주저앉아 버리고 맙니다. 설맞이 행사로 애증이 배어 있는 묵은 때를 과탄산소다 풀은 물과 세제를 가지고 벗기며 일요일 새벽부터 오전 내내 치다꺼리하고 나니 바깥공기가 그립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4호선 타고 가다 서울역에 내려 로 올라갑니다. (舊서울역 고가도로) 통일로(서소문)와 세종대로가 마주치는 이곳은 뉴욕 아이언 빌딩처럼 고층건물이 삼각지에 서있진 않지만 여기서 나는 항상 그걸 떠올립니다. 규모는 작지만 그 비슷한 곳으로 퇴계로 4가 동국대 올라가는 길가에 다리미 같은 빌딩이 있습니다. 영욕의 세월을 거쳐온 빌딩 교통센터 부..

걷기+먹기 2021.02.09

온통 물고기 세상-오 자네 왔는가

저 지난주에 홍제천을 거쳐 합정역까지 갔으나 기승전'먹'의 '먹'에는 뭔가 심심한 누룽지 통닭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같은 코스에 도착점을 공덕역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눈발이 날리는 아침인데도 소 잡는 날인지 정육점 앞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습니다. 백로들도 무리 져 봄이 빨리 오라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페르샤 왕관을 쓰고 있는 듯한 이 기둥들은 무엇일까요? 외국인들이 이걸 보고 감탄했다지요? 파출소, 편의점, 화장실 모두 홍수에 대비해 바지선처럼 만들어 물이 차오르면 뜨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 화력발전소, 서울 시내 오직 하나인 발전소, 세계 최초의 지하 발전소. 지하에 LNG 복합 발전소 2기가 들어가고 지상에 있던 4호기는 외부 골조만 남겨 복합문화센터로 5호기는 내부 ..

걷기+먹기 2021.02.02